기후위기에 타격이 큰 필리핀 소규모 농가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지원에 나섰다. 필리핀은 지난 50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코이카는 지난 12~13일(현지시각) 이틀간 필리핀 중부 오리엔탈 민도로주(州)에서 '필리핀 농촌지역 기후복원력 강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칼라만시, 코코넛, 바나나, 해조류 등 총 4개 협동조합의 농가공 시설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필리핀에서 농업은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고용의 24%를 차지하지만 경제규모로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로 낮은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이카 사업지역인 필리핀 미마로파 지역의 오리엔탈 민도로주는 주민의 62%가 농업에 종사한다. 주민들은 칼라만시(필리핀 전국 생산량의 60% 차지), 바나나, 코코넛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소규모 농가로 판로나 가격에 대한 정보와 협상력, 가공 역량이 부족해 원물 형태로 낮은 가격에 팔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를 동반한 태풍이 잦아져 낙과·부패 등 피해가 커지고 기후 변화나 과다 생산으로 인해 가격 폭락, 상품 폐기 등의 사례가 빈번해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13~2018년 기후변화로 인해 손해를 입은 농민은 약 40만명에 농업 피해액은 7600만달러(약 1084억원)로 추산된다.
이에 코이카는 2019년부터 500만달러(약 71억원)를 투입해 글로벌녹생성장기구(GGGI)와 함께 이 지역 농가의 농산물 생산?가공·유통?판매 등 농업 가치사슬 강화를 통해 낙후 농촌지역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향상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사업의 일환으로 코이카는 12~13일 오리엔탈 민도로주 내 칼라만시, 코코넛, 바나나, 해조류 농가공 협동조합의 농가공 시설 신축을 위한 착공에 들어갔다.
일례로 바나나 가공시설의 경우 원물을 가공할 수 있는 세척, 건조, 분쇄, 포장 장비 등을 갖췄으며 생산 및 가공 과정에 대해 해썹(HACCP)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시설로서 소비자 만족도 증대와 생산량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은 2023년 6월이 목표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원 4100명이 혜택을 받게 되며 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사업 시작 후 5년간 약 1500만달러(약 214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에는 일자리 300개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은섭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장, 김주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필리핀 사무소장, 유버트 크리스토퍼 돌로르 필리핀 오리엔탈 민도로 주정부 행정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프레실라 티에라 칼라만시 협동조합원은 "현재 우리 조합은 낙후된 시설과 장비로 필리핀 식약청에서 인증하는 시설인증을 획득하지 못해 판매처 확보와 수입 창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이카 사업을 통해 우리 조합의 비즈니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생각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은섭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장은 "이 사업은 단순한 농업시설지원이 목적이 아닌 저소득층 농가 기반의 조합에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어 기후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며 "GGGI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농가의 소득증대, 지역의 경제성장, 주민 역량개발 등 다차원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가치사슬 전체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이카는 필리핀의 농업부문 기후변화 취약성 저감을 위해 필리핀 지방정부 정책 강화와 농기업인 육성을 위한 강의·컨설팅 등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