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이른바 강달러 현상으로 콘텐츠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사업자인 애플은 달러 강세를 이유로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해외 매출 높은 게임사는 '함박웃음'
② 강달러 바람에 콘텐츠 가격 도미노 인상
③ 달러 강세에 아이폰 가격 역대 '최고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콘텐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고환율이 유지되면 자연스레 해외 사업자를 통한 콘텐츠 수급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달러 강세를 이유로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콘텐츠 업계가 최근 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는 가운데 당분간 강달러 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1400원대 넘어간 원달러 환율, 콘텐츠 업계 요금 '줄인상'

애플이 달러 강세를 이유로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면서 콘텐츠 물가 역시 줄줄이 오르고 있다. 카카오나 멜론은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요금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사진은 시민들이 지난 9월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애플 잠실 앞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은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 1400원대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1400원을 돌파한 사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뿐이다. 이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추진한 탓이다.

강달러 여파에 애플도 움직였다. 애플은 지난 10월5일(현지시각)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장터 '앱스토어'의 인앱결제(다운받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의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 가격을 인상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손해를 본다고 판단해서다.


애플은 1~87단계의 가격표를 정해놨다. 이 단계별 가격은 환율 등을 감안해 국가별로 책정된다. 한국 앱스토어 인앱결제 가격은 ▲1티어(0.99달러) 1200원→1500원 ▲2티어(1.99달러) 2500원→3000원 ▲3티어(2.99달러) 3900원→4400원 등으로 올랐다.

국내 콘텐츠 업체들도 가격 조정에 나서는 등 콘텐츠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카카오는 10월6일부터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단품 가격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 멜론도 애플 인앱결제를 이용하면 '기간 한정 스트리밍 이용권' 가격을 현행보다 1000원(9%) 올리기로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OTT 플랫폼 '시즌'은 10월7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 정책에 따라 이날부터 시즌 애플 운영체제(iOS) 앱 내 상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즌은 플랫폼 내 재화로 쓰이는 '초코' 충전권 가격을 최대 25% 올린다. 애플의 수수료 인상 결정 이후 OTT 업계서 처음 등장한 가격 인상 공지다.


인앱결제를 주 수익원으로 삼던 게임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기존 가격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상품은 가격이 변경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400다이아' 상품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대신 3900원이던 '120 다이아' 상품 가격을 600원 내렸다. 넷마블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가격을 동일하게 변경하면서 지급 재화(아이템)의 양을 늘렸다.

협력사 배려 없는 애플의 횡포... 애꿎은 소비자만 혼란

애플이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면서 협력사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이 10월7일 오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비례)은 애플이 인앱결제 가격을 25%가량 인상하면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최대 3500억원에 이른다고 봤다. 이는 ▲음악 콘텐츠 1848억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107억원 ▲웹툰·웹소설 506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애플의 일방적인 결정 방식을 비판하는 얘기도 들린다. 협력 관계인 개발사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 A씨는 "애플이 이번 결정과 관련된 공지사항을 올리기 전 소통 과정이 없었다"며 "사실상 통보였다"고 말했다.

콘텐츠업계는 애플의 이 같은 방침을 선제 대응하기도 어려워 플랫폼 사업자에게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한다. 기업 입장에선 상품 가격을 다시 구성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중요한 결정사항은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A씨는 "가격 인상 적용 기간을 길게 준다든지 공지 전 미리 귀뜸해준다면 기업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이 같은 가격 인상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혼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가격을 올리더라도 플랫폼 입점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조정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가 과거보다 크게 수익이 늘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상품 가격 변동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구성 변경을 홍보하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환율이 내려가면 가격을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안철현 애플코리아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정숙 의원의 "환율이 내려가면 가격을 인하할 것이냐"는 질문에 "급격한 환율 변동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격의 티어(등급)를 조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유로를 쓰는 국가에서도 가격을 인하한 사례가 있다"고만 답했다.

증권가는 달러 강세 현상이 쉽게 누그러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자이언트스텝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앞으로도 구글 등 다른 해외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 B씨는 "애플을 시작으로 구글 등 여러 공룡 업체들이 콘텐츠 인플레이션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