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어벤져스 동원한 화이자 "돈 내고 백신 맞아라"
②엔데믹인데 백신·치료제 언제 다 팔지?
③한때는 구원투수, 개발된 백신·치료제 운명은?
①어벤져스 동원한 화이자 "돈 내고 백신 맞아라"
②엔데믹인데 백신·치료제 언제 다 팔지?
③한때는 구원투수, 개발된 백신·치료제 운명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트위터 계정에 최근 낯익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마블 코믹스와 손잡고 '에브리데이 히어로즈'를 발간한 것. 게시물에서 화이자는 "울트론이 대혼란을 일으키면 어벤져스는 방어선 역할을 한다"며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게시물은 보건소에 방문한 가족이 마블 세계관 내 악당 울트론과 싸우는 어벤져스를 조명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만화 속 가족의 일행인 노인은 "어벤져스가 진화하는 울트론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 계속 적응하고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트론을 통해 코로나19가 새로운 변이로 진화한 것을 묘사한 내용이다. 게시물의 대미는 어벤져스가 울트론과 싸워서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족 모두 왼팔에 반창고를 붙였는데 이는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의미다. 익숙한 마블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광고한 것이다.
저조한 백신접종률… 미국은 내년 유료화 전망
37억도즈. 지난 9월 기준 화이자가 전 세계에 공급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이다. 79억7600만명의 전 세계 인구 중 46.3%가 1회씩 접종할 수 있는 규모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등 백신 개발사에 큰 수익을 안겨줬다.기존 바이러스보다 위험도가 떨어지는 새 변이의 등장과 엔데믹(풍토병화) 과정에서 백신 접종률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화이자의 마블을 활용한 이번 백신 마케팅에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백신 접종률이 감소한 상황인 데다 내년부터 미국 등이 백신 접종을 전면 유료화할 계획이다.
이번 화이자 트위터 게시물을 두고 소비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좋은 마케팅'이라며 칭찬도 있었지만 '어벤져스의 건강한 멤버들이 갑자기 심장 질환에 걸렸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이 내포한 '예방접종을 통해 일상의 영웅이 되달라'는 화이자의 백신 접종 인식제고 메시지를 외면하는 글들이 많았다.
지난 8월 미국 행정부는 내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무상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미국 정부가 부담해오던 백신·치료제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팬데믹 대응을 위한 자금이 부족해지자 백신 접종 유료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는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무료접종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코로나19 백신을 민간 시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유료화할 경우 화이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백신 가격이다. WSJ는 "의료보험이 없는 개인이 3000만명에 달한다"며 "정부의 유료화 방침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부담하는 코로나19 백신이 민간시장으로 옮겨가면 미국 보험사들은 수익을 명분으로 백신 계약 가격을 높게 조정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미국 내 화이자 백신의 가격은 1회당 20~3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보험사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은 이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종식 임박? 엔데믹 과정서 백신 매출 급감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은 올들어 둔화하는 양상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백신접종률(1차 접종 기준)은 지난해 상반기 23.5%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12월31일) 57.6%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후 올 상반기 66.2%로 6개월 동안 8.6%포인트(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12일 기준 백신접종률은 68.2%에 불과하다.확진자 규모, 위중증 환자, 사망자와 치명률 등 각종 위험지표가 개선되면서 코로나19의 끝이 보이고 있다는 견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8월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진 않았지만 시야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 9월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며 사실상 종식 선언이 임박했음을 확인했다.
한국 전문가는 WHO보다 점진적인 발언을 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지난 10월 정례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내년 3월쯤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방역의 최우선 과제였던 만큼 사실상 내년 상반기를 코로나19 종식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으로 큰 수익을 거둔 개발사들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올 2분기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매출 상승 추세가 꺾였다. 화이자의 경우 올 1분기 132억달러에서 2분기 88억달러로 33.3% 감소했다. 모더나는 1분기 60억달러에서 2분기 47억달러로 줄었다. 얀센은 1분기 4억5700만달러에서 2분기 5억4400만달러로 1억달러 가까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4분기 16억1900만달러와 비교해선 3분의 1수준까지 감소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4분기를 끝으로 코로나19 백신 매출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