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금을 조성해 이를 해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모두 현실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망 사용료 이슈가 최근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도 보조를 맞춰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각자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충남 천안시을)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유럽에서 망 고도화를 위한 비용에 플랫폼 기업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입법 동향이 있다"며 "만약 (기여금 조성 관련) 법이 통과된다면 구글·넷플릭스는 따를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를 두고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국내에서는 국내법을 따르겠다"고 답했고,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 역시" 면밀한 검토 끝에 제도화가 된다면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업계 일각에선 구글과 넷플릭스가 '망 고도화 기여금' 조성에 사실상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망 고도화 기금이란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CP들이 펀드에 출자해 앞으로 늘어나는 망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현재 통신 3사와 방송사 등이 주로 부담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과 같이 글로벌 CP로부터 일정 금액의 분담금을 걷어 국가가 관리하는 형식이다.

관련 논의는 미국·유럽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2 행사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이사회를 열어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부담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성 높은 방안으로 글로벌CP의 보편기금 기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기여를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을 발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고, 미국에서도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보편 서비스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이른바 '인터넷 공정 기여법'이 상원 상무위원회(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금 조성 논의가 거론된다.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바람직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ISP-CP 간 다툼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했다. 앞서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지난달 20일 공청회에서 "(망 사용료를) 공공기금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글로벌 CP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ISP들이 얼마나 많은 재원을 망 고도화에 부담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기금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만일 기금을 부담한다 해도 거대블록화된 유럽이라면 각국 ISP들과의 분쟁이 일괄 타결될 수 있겠지만, 한국처럼 개별 국가에서 기금을 부담하면 다른 나라에도 선례가 돼 각국에서 망 고도화 비용 요구가 터져 나올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ISP는 글로벌 CP가 장기간 내지 않고 쌓아둔 망 사용료를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구글·넷플릭스 등이 자국 ISP에 망 사용료를 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망 고도화의 역할 분담이 논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