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유독 한국에 주목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지난달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이스라엘 FTA는 다음달 1일 발효된다. 이스라엘 신차 판매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번 FTA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스라엘이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의 70억달러(약 9조9400억원)가 한국에 예치됐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예치된 70억달러는 이란 해외 동결자금 중 최대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해당 70억달러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머니S는 한국·이스라엘 협력과 JCPOA 현주소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스라엘대사관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토르 대사는 "양국 협력은 거대한 시너지를 불러올 것"이라며 "한국은 중요한 협력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JCPOA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국제사회는 JCPOA 복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이스라엘 FTA 체결… "韓기업, 이스라엘서 투자 증대 희망"
- 이스라엘 입장에서 한국은 어떤 국가인가.
▶이스라엘과 한국은 상호 보완적이다. 나스닥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상장됐다. 한국은 하이테크와 제조업 등에서 세계를 선도한다. 양국의 협력은 윈-윈이다. 하지만 양국은 안타깝게도 역사적으로 또 지리적으로 접점이 적다. 아직도 양국 협력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스라엘의 훌륭한 기술은 한국 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양국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 방금 '협력 강화'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 기업이 이스라엘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을 수행하길 희망한다. 현대차는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현대 크래들'을 오픈했다. 현대 크래들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 전 세계에 6곳 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다만 아직 이스라엘에 현대차 R&D센터가 없는 점이 아쉽다. FTA를 통해 한국의 대이스라엘 투자도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스라엘 기업의 알고리즘 기술과 한국의 훌륭한 하이테크·제조업이 손잡으면 한국 자율주행차는 분명히 전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양국 정계 고위급 방문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최초로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하길 희망한다. 양국 수교 이래 지난 60년 동안 한국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았다.
- 양국이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 협력하기에 적합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 이스라엘이 국방력 차원에서 육성한 무인 항공기는 자연스레 상업 UAM 기술로 이어졌다. 수많은 기업이 있지만 시티호크(City Hawk)를 개발한 이스라엘의 어반에어로노틱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서울뿐 아니라 대다수 도시가 이스라엘보다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고 있다. 어반에어로노틱스 등 이스라엘 기업은 미래 한국 도시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 양국은 한·이스라엘 FTA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이스라엘은 이번 FTA를 통해 한국 기업이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늘리길 희망한다. 한국으로서도 이스라엘에 진출하기 수월해졌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7% 수입관세도 철폐됐다. 이밖에 양국은 FTA를 통해 지식재산권(IP)과 투자자의 법적 보호 등을 강화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이스라엘 최첨단 기술에 접근하기가 용이해졌다.
- 현대차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하는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스타트업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와 같이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많다.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자율주행 분야 성공의 필수 요건이다. 가령 이노비즈 테크놀로지스는 자율주행차 센서인 라이다(Lidar)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사이버 보안과 인공지능(AI), 딥러닝 등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이 많다. 이스라엘의 고속 충전 기술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도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다.
"일몰 조항 있는 JCPOA 복원 막아야… 미·중에 심각성 경고"
- 이란은 한국에 70억달러 동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JCPOA 복원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단으로 동결을 해제하긴 어렵다.
▶이스라엘은 JCPOA 복원에 반대한다. JCPOA로는 이란의 위협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JCPOA에는 (오는 2031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약을 푸는) '일몰 조항'이 있다. 이란은 일몰 조항을 통해 오는 2031년부터 우라늄을 자유롭게 농축할 수 있다. 이는 JCPOA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한다. 아울러 JCPOA는 이란의 핵 문제만 다룰 뿐 미사일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한국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우려에 적극 공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JCPOA가 복원되면 이란 정부는 약 1000억달러(약 141조8000억원)를 손에 넣는다. 한국에 예치된 70억달러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란은 1000억달러로 역내 안정을 파괴하고 시아파(이슬람) 혁명을 전파할 것이다.
- 미 바이든 행정부는 JCPOA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머니S가 파악한 바로는 미국과 이란은 지난 8월 JCPOA 복원안 작성을 완료했다.
▶이스라엘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현 JCPOA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우려에 '선 JCPOA 복원, 후 추가 협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과연 추가 협상이 가능한가. 강력한 조항을 포함하는 JCPOA를 이란에 요구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나. 국제사회는 안타깝게도 우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하는 한국은 이스라엘의 우려에 공감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북한과 같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길 원치 않는다. 한국과 북한은 현재 대립하지만 결국엔 형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다르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고 싶어한다.
- 외교적 해법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 아닌가.
▶대화와 외교적 해법이 최선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만 국제사회는 JCPOA의 세부 내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3가지 우려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서방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우려에 "JCPOA 내용을 강화하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며 걱정한다. 이스라엘은 "나가게 내버려 둬라"라는 입장이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면 이란 경제를 붕괴시킬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면 된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란 국민에게는 반감이 없다. 이스라엘은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이스라엘 협력은 윈-윈이다. 양국은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이 중동에서 가장 성공적인 두 국가인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와 삼각 협력에 나서길 희망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UAE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공식화된 '이스라엘 보이콧'의 종언을 한국 정계·재계에서도 체감한다. 이스라엘-한국이 핀테크 강국인 UAE와 협력하면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양국(한국·이스라엘) 앞에는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가깝다. 한국과 이스라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