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빠져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증권사 '직격탄'… 정부 유동성 추가 지원
②'증시 변동성에 부동산PF 리스크까지'… 증권사 NCR 관리 고군분투
③자금난에 골머리… 증권사 유동성 확보 총력전


강원 레고랜드 테마파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와 함께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금리가 연일 상승하고 있음에도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을 늘리며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P는 자금조달 목적의 발행 어음으로 신용이 양호한 기업이 단기적으로 돈을 빌릴 때 발행한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전자 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CP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단기자금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CP 금리 상승은 최근 자금시장 경색 후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쪼그라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A1급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5.09%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5.00%를 넘어선 후 상승세를 이어 5.17%를 기록한 2009년 1월14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매일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CP 금리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려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사 CP·전단채 발행액 '껑충'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증권사 CP와 전단채 발행액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금융당국이 50조원+α(알파)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의 CP와 전단채 발행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동성 지원조치는 ▲채안펀드 20조원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진행된다. 채안펀드는 지난달 24일 CP 등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다.

지난달 교보증권의 전단채 발행액은 1조6650억원으로 지난 9월(1900억원) 대비 8배 이상 뛰었다. 대신증권은 지난 9월 전단채를 발행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900억원을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은 같은 기간 1000억원에서 5904억원으로, 신영증권은 1600억원에서 4400억원으로 전단채 발행액 규모를 키웠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조치에도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국면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 조치로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일제히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책자금을 만들어서 지원해주겠다는 계획은 자금이 집행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각 증권사들은 당장 힘든 상황이고 지금 투입돼야 큰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적기에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 증권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물꼬를 찾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라시(증권가 정보지) 내용이나 소문과 같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소문에 의해 이런 부분들이 부각되면서 악영향을 받게 되고 결국 악순환이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CP 시장에서 유동성 지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충격 없이 잔액이 조정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며 "자금시장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채권시장에 산재해 있는 리스크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발적인 지원 대책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정책적 방향 전환 가능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 잇따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수 증권사들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하고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고 있다. 단기차입금이란 변제 기한이 1년 이내 도래하는 차입금으로 기업들이 급전을 마련하는 통로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연이어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고 있어 유동성 위기의 영향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지난달 28일 IBK투자증권은 운영자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CP·전단채 발행 한도를 기존 대비 5000억원 늘렸다고 밝혔다. 같은 달 31일 BNK투자증권은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대비 800억원 확대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4일 자금 조달 여력 확보를 위한 CP 발행 한도 증액을 위해 단기차입금을 3000억원 늘렸다고 공시했다.

다만 증권사 관계자들은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 이유에 대해 유동성 위기 대응보다는 단기자금 확보 통로를 미리 넓혀놓자는 취지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차입금 한도 확대는 유사시에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듯이 급전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놓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각 증권사들의 규모가 점점 커져 왔고 자금 공급 규모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한도를 늘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