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유니클로·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지나가는 바람일까
②번지는 불매운동, 제빵왕의 미래는
③[르포] 본사 리스크에 울부짖는 6000여 가맹점주
①유니클로·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지나가는 바람일까
②번지는 불매운동, 제빵왕의 미래는
③[르포] 본사 리스크에 울부짖는 6000여 가맹점주
SPC그룹이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소비자가 SPC에 등을 돌린 것은 ▲소홀한 안전관리 ▲사고 이후 대처 등에서 분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SPC그룹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무자가 소스 교반기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장치인 뚜껑을 닫고 작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국정감사에서 "원래 교반기는 뚜껑이 있고 뚜껑이 열리면 센서가 반응해 작동이 중단된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센서가 없어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져 비극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뚜껑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대당 3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30만원을 투자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사고 이후 대처에서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영국 시장 진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고 6일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책임 인정, 신뢰 회복을 위한 계획 제시 등이 중요하다.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장례식에 회사 측이 조문객을 위한 답례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보낸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유가족의 심경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PC그룹은 "통상 상을 당한 회사 직원에게 제공되는 상조 지원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의 공분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불똥 튄 '공동운명체' 가맹점주
SPC에 대한 불매운동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계열사 브랜드를 정리한 게시글이 퍼지고 SPC 제품을 바코드로 판독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불매운동 여파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5~31일 대형마트에서의 포켓몬빵 매출은 SPL 사고 발생 이전 같은 기간(9월28일~10월14일) 대비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의 히트 상품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지난달 31일부터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롯데제과로 변경하겠다고 내부 공지했다. 노조 측에서 SPC와의 계약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직원은 3만명에 달한다.
이번 사태로 우려되는 점 중 하나는 가맹점 피해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다양한 가맹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가맹본부의 잘못이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사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공동운명체인 만큼 본부가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맹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가맹본부나 가맹본부 임직원이 위법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 가맹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다만 이번 안전사고는 가맹본부(파리크라상)가 아닌 가맹본부의 자회사(SPL)에서 발생한 만큼 보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한계가 있다는 점도 꼽힌다.
최근의 사태에 대해 SPC 관계자는 "가맹점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는 가맹점주협의회와 지속해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협의회에서 '긴급 요청한 주요 품목(제품)'에 대해서는 본사로 반품 처리(주문 제품 가운데 일부 또는 전체)가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13종이던 반품 지원 품목 수를 35종으로 확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안전사고 이슈가 불거지며 SPC에 대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업에 대한 낙인보다는 안전 강화 약속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