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대론 미래가 안 보인다. 임금, 복지, 처우 등 뭐 하나 나은 게 없는데 누가 배 만들러 오겠나."

취재 과정에서 조선업 기술자에게 들은 말이다. 베트남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자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국내 조선소에서 만든 배는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지난 4월 정부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조선업의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가장 수요가 많은 도장공과 용접공에 대한 전문인력 비자(E-7) 쿼터제를 폐지하면서 외국인 인력 유입이 대폭 늘었다. 지난 8월에는 한 해 동안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 인력 신규 입국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만명 늘렸다.

현장에선 외국인 노동자 유입만으론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열악한 처우로 조선업을 떠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원청과 하청,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조선업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약 7만6000명의 노동자가 대량 해고됐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30%가량 하락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 근로 시간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에 따르면 기존 90일이었던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180일까지 확대하고 단순노무(E-9) 인력을 숙련기능(E-7)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조선업 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생산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수료생이 조선업 관련 기업으로 취업 시 6개월 동안 6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도 담겼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인력 양성과 신규채용 인센티브 등은 이미 과거에 제시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이미 조선업 인력난의 해결책을 알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정책은 인력 유출을 가속화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조선업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은 뛰어난 기술 덕분이다. 국내 조선사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으로 4년 치 수주잔고를 모두 채웠다. 지난달 기준 LNG운반선의 척당 선가는 2억4800만달러(34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 확보는 숙련공과 인재 유치를 통해 가능하다. 현장에서 사수가 후배를 가르치는 도제식으로 운영되는데 외국인 인력이 빠져나가면 기술 이전이 단절될 우려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없으면 조선업의 미래도 없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무대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바람을 불어넣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