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이종호 JW중외제약 명예회장,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은 여전히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사진제공=각사)

▶기사 게재 순서
①변화냐 안정이냐…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선장 거취는
②2세 경영 수면 위로? 전통 제약사 전문경영인 운명은
③평균 재직기간 59년… 노익장 과시하는 제약사 명예회장들


평균 나이 91세, 평균 재직기간 59년. 인사 태풍이 불어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이종호 JW중외제약 명예회장, 김승호 보령(옛 보령제약) 명예회장 얘기다. 이들은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경영자문을 통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신약'이라는 새로움을 강조하는 제약산업에서 명예회장들은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약사 명예회장들은 어떤 인물일까.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은 1927년생으로 올해 95세다. 그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재직기간만 63년에 이른다./사진=동아쏘시오홀딩스

제약산업 '큰 어른' 강신호 명예회장

1927년생인 강 명예회장은 올해 95세다. 그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재직기간만 63년이다. 반세기 이상 한 회사에 몸담고 있는 것이다. 강 명예회장은 고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난 2세 경영자다. 1952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뒤 1975년 사장으로, 1981년 회장으로 각각 올라섰다.

강 명예회장은 제약업계와 재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1963년 선보인 자양강장제 박카스의 성공으로 1967년 동아제약을 1위 제약기업으로 올려놓았고 2013년까지 47년 동안 선두자리를 지켜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3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제약사 대표 중 최초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다.

강 명예회장은 동아쏘시오그룹의 신약개발 R&D(연구개발) 능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R&D에 대한 집중 투자로 1977년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1988년 신약의 안전성 실험을 할 수 있는 의약품안전성시험관리기준(KGLP) 적합 시설을 세웠다. 이후에도 그는 국내 최초의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출범시키는 등 국제적 신약개발 경쟁시대에 대비했고 R&D 선도자 역할을 도맡았다. 당시 강 명예회장은 "우리 회사의 사회 공헌은 신약개발"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역량을 쏟아부었다. 강 명예회장이 1994년 그룹의 명칭을 동아제약그룹에서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변경한 점도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의 의지를 반영했다. 강 명예회장은 1987년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해 우수학생지원 장학사업을 추진했고 현재까지 1924명에 이르는 중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종호 JW중외제약 명예회장은 2세 경영인으로 올해까지 55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사진=JW중외제약

합성항생제의 아버지 이종호 명예회장

2세 경영인인 이 명예회장은 선친인 고 이기석 선생이 1945년 창업한 조선중외제약소(JW중외제약 전신)에 1966년 입사했다. 이 명예회장은 JW중외제약에서 재직한 지 55년이 지났지만 회사 경영에 있어 고문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1932년생으로 올해 90세다.

이 명예회장은 합성항생제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1969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1974년에는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1975년 JW중외제약의 사장으로 올라섰다.

그는 R&D 분야에서 신약 개발에 매진했다. 신약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고 1986년 신약개발 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 같은 이 명예회장의 행보는 국가에서도 인정했다. 1990년 이 명예회장은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이외에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 C&C신약연구소 설립 등 국내 R&D 경쟁력 강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주력제품인 수액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1997년에는 폐기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했다.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연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2006년 16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했고 2019년 종합영양수액을 아시아권 제약사로는 최초로 유럽 시장에 진출시켰다.

이 명예회장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성천상 시상, 장애인 메세나 활동, 소외 계층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은 보령의 창업자다. 올해로 90세인 그는 보령에서 59년 동안 재직하고 있다./사진=보령

종합헬스케어 기업 일군 김승호 명예회장

보령의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은 1932년생으로 올해 나이 90세다. 김 명예회장은 창업 이후 65년 동안 보령을 이끌고 있다. 1957년 종로 5가에 보령약국을 창업한 그는 1963년 보령을 세웠다.

현재의 보령으로 성장했던 데에는 김 명예회장의 결단력이 있다. 그는 보령을 창업한 뒤 생약제제로 승부수를 띄웠다. 일본 제약사인 용각산(류카쿠산)사와 기술제휴 협상에 들어가 2년 협상 끝에 기술제휴를 이끌어냈다. 1967년 그렇게 진해거담제 용각산이 탄생했다. 용각산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약 8000만갑이 판매된 보령의 대표 일반의약품이다. 1975년대 들어서는 위산중화제 겔포스를 통해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김 명예회장은 제약 사업뿐 아니라 유아용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79년 창립한 보령메디앙스의 전신은 보령장업이다. 임상의과학적인 유아용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제약회사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었고 시너지를 발휘해 시장을 선도했다. 현재 보령이 9개의 계열사를 갖춘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거듭난 발판을 마련했다.

2011년 국내 첫 고혈압 신약으로 허가받은 카나브도 김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카나브를 개발하는 데에만 500억원이 투입됐고 개발기간은 18년에 이른다. 현재 보령은 카나브를 활용해 일명 '카나브 패밀리'를 구성했고 카나브 패밀리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1272억원이다.

"제약산업의 경영자는 사명감 없는 사람이 해서는 안된다"던 김 명예회장의 뜻은 이어지고 있다. 의료학술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보령의 지원 활동은 끊임 없다. 1985년 제정한 '보령의료봉사상'과 2008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보령중보재단'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