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이야기 나누는 사우디 문화부 장관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왼쪽).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기사 게재 순서
① 사우디 네옴시티를 잡아라… 한국 IT업계, 주가 오른다
② '열정 게이머' 빈 살만, K-게임에 꽂히다
③ K-콘텐츠에 매료된 사우디… 전방위 협력 가속


중동 오일머니가 K-콘텐츠에도 주목하고 있다. '탈(脫)석유'를 표방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산업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2016년부터 탈석유와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투자 추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PIF는 1971년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다. 사우디의 석유 의존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콘텐츠·게임·IT 등 성장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만 100억달러(13조5000억원)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문화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우디 문화부 장관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는 지난 6월 방한해 CJ ENM,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다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방문하고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CJ ENM과는 향후 10년간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9월엔 관광부 차관 하이파 빈트 모하메드 알 사우드 공주가 SM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해 함께 진행할 문화 산업 프로젝트,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말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파 공주가 사우디에서 만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파 공주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노하우 및 SM의 콘텐츠 지식재산권(IP)과 사우디의 문화유산을 접목, 사우디 관광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사우디 국부펀드, 카카오엔터에 8000억 투자검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IF는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카카오엔터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엔터는 약 1조원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00억~8000억원가량을 PIF와 GIC가 투자하고 국내 사모펀드 H&Q코리아가 1000억~2000억원가량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가치는 10조~1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2분기 기준 자회사가 63개로 상반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59.7% 증가한 8937억원을 기록하는 등 외형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 카카오의 분할 상장 논란, 데이터 센터 화재, 불확실한 시장 상황 등 영향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카카오엔터가 웹툰·소설·음원·영상 등 다양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인수·합병(M&A) 자금 확보를 위해 투자 유치를 서두를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 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는 지난 6월 CJ ENM과 영화·음악·공연·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 교류를 증진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사진제공=CJ ENM

사우디 문화부, CJ ENM와 10년간 문화교류 증진

지난 6월 바데르 왕자 방한 당시 사우디 문화부는 CJ ENM과 영화·음악·공연·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 교류를 증진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양측은 향후 10년간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공동 투자, 양국 교류 프로그램 개발, 인재 양성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양국 우수 크리에이터들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콘텐츠 유통 트렌드,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산업 분석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등 호혜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영화 분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CJ ENM은 사우디 영화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과 사우디 양국을 겨냥한 콘텐츠를 공동 기획·제작하고 사우디 내 홍해 국제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할 계획이다.

CJ ENM은 지난 9월30일~10월1일(현지시각) 사우디에서 케이콘(Kcon)을 처음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두 번째 중동지역 개최로 CJ ENM-사우디 문화부 MOU의 첫 결과물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케이콘은 'K-팝 쇼'에 한국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페스티벌로 그동안 전 세계 110만명 이상 관객을 만났다. 이번 행사에는 사우디는 물론 아랍에미리트·이집트·쿠웨이트 등 주변 지역 K-팝 팬 2만여명이 운집했고 공연이 생중계된 OTT 티빙과 '케이콘 오피셜' 등 유튜브 채널엔 세계 213개 국가 820만명 팬들이 몰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우디는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문에 두루 투자하며 개혁·개방 행보를 이어가는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적인 문화를 지닌 국가이므로 서구 문화는 수위가 높아 받아들이기에 부담·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목할만한 성장성을 지녔고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봐도 비교적 무리가 없어 K-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사우디의 투자를 잘 활용해 콘텐츠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면 사업 확장의 기회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우디는 상당히 보수적인 특색이 강하므로 문화를 잘 파악하고 존중하며 접근해야 교류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