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인기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돌아오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왼쪽)와 슬램덩크를 상영하는 극장에 있는 주인공들 입간판. /사진=염윤경 기자, 제작사 단델라이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공

"우리가 (영화를) 보고 싶어서 아이와 함께 왔는데 얘가 또 보러오자고 하더라고요. "
"부모님 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또 유행하는 게 신기해요. "

90년대 중고등학생의 심장을 뛰게 했던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돌아오며 재열풍을 일으켰다. 눈길이 가는 점은 과거 슬램덩크를 즐겼던 30~40대는 물론 처음 접하는 10~20대도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90년대를 강타한 1세대 아이돌 H.O.T의 명곡 '캔디'를 리메이크한 NCT 드림과 레트로 콘셉트 걸그룹 뉴진스의 등장으로 대중음악계에도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1990년대 문화를 2023년 현재 전 세대가 다시 향유하며 이른바 '세대 통합'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부모와 자녀가 '덕질'로 하나 되는 그 모습을 머니S가 취재했다.

"왼손은 거들 뿐"… 전 세대 열광시킨 '슬램덩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응원 상영이 진행된 지난 1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는 실제 농구 경기를 응원하는 것처럼 영화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사진=염윤경 기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1일과 12일 일부 극장에서 영화를 실제 운동경기처럼 응원하며 관람하는 '슬램덩크 응원 상영'이 열렸다. 응원 상영을 진행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는 영화 속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응원하러 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관객들은 "실제 농구 경기를 보는 기분이었다"며 환호했다.


슬램덩크를 보러 온 관객 중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온 경우도 눈에 띄었다. 경기 부천에 사는 조모양(여·16)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슬램덩크가 유행"이라며 "부모님과 같이 봤는데 부모님도 나도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변모군(남·16)도 "학교 친구들도 이미 다 슬램덩크를 봤다"며 "극장판이 나오자마자 아빠도 보고싶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경기 평택에서 온 이모씨(남·42)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 유행하던 만화인데 10대 조카들도 벌써 두번씩 봤다고 하더라"라며 "조카들이 나보다 더 잘 알아서 놀랐다"고 흐뭇해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여·52)도 "젊을 때 유행하던 만화"라며 "20대 딸과 다시 보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슬램덩크를 상영하는 미아사거리 CGV 관계자는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극장을 찾는다"며 "2~3번씩 재관람하는 관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영화 이어… 만화책·굿즈·농구용품도 인기

슬램덩크 열풍은 영화뿐만 아니라 슬램덩크 원작만화와 굿즈·농구용품 구매로 이어졌다. 사진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슬램덩크 코너(왼쪽)와 농구용품 매장 조던 서울. /사진=염윤경 기자

슬램덩크 열풍은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작인 만화책과 각종 굿즈, 심지어 농구용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 더 현대에서 진행한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는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학생 딸과 함께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주부 김모씨(여·40대)는 "딸아이가 보고 싶다고 하길래 함께 왔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오랜만에 딸과 맛있는 것도 먹고 데이트도 해서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슬램덩크 재유행에 원작 만화도 다시 주목받았다. 인기를 증명하듯 서울 시내 서점 중에는 슬램덩크 코너를 따로 마련한 곳이 많았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관계자는 "요즘 많은 분이 슬램덩크를 찾아 일부러 코너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연령대가 슬램덩크 만화책에 관심을 가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농구 역시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농구용품도 각광받고 있다. '슬램덩크'에서 주인공들이 신은 농구화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 가족은 모두 강백호(슬램덩크 등장인물) 농구화로 신발을 맞췄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매장을 찾은 홍모씨 (남·25)는 "원래도 조던을 좋아했는데 이번 슬램덩크 유행으로 더 관심이 생겼다"며 "강백호가 신었다니 더 관심이 가고 예쁘기도 해서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나이키 매장 관계자도 "요즘 슬램덩크 영향으로 조던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매물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왜 좋냐고요?… 공감되니까요"

슬램덩크 팬들은 남녀노소 입을 모아 "공감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슬램덩크 포토티켓. /사진=염윤경 기자

슬램덩크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슬램덩크 팬들은 "공감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변모군(남·16)은 "남자 고등학생 이야기여서 옛날 만화여도 공감된다"고 밝혔다. 경기 부천에 사는 조모양(여·16)도 "명작은 역시 명작이라고 느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직장인 조모씨(남·49)는 "원래도 슬램덩크 팬인데 요즘 슬램덩크 재유행이 굉장히 반갑다"며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젊은 세대도 좋아하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슬램덩크를 보며 추억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씨(남·42)는 "슬램덩크를 보면서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고 공감을 할 수 있었다"며 "(영화가) 일종의 매개체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장모씨(여·21세)도 "부모님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슬램덩크로 전 세대가 함께 위로받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전모씨 (여·30대)는 "슬램덩크는 모든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라며 "이 용기가 전 세대를 아우르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고모씨(여·30대)도 "슬램덩크를 보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힘든 이 시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 대중음악도 '세대공감'

레트로 콘셉트를 선보인 아이돌 그룹 NCT드림과 뉴진스는 세대를 아울러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NCT드림과 캔디의 원조 그룹 H.O.T(위) 걸그룹 뉴진스와 90년대 걸그룹 S.E.S(아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제공

대중문화를 통한 세대 공감은 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이돌 그룹 NCT 드림은 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의 대표곡 '캔디'를 리메이크했다. 이에 대중들은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며 감격해 했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모여 있는 맘카페에서는 이와 관련한 글이 자주 올라온다. 한 누리꾼은 "딸과 함께 캔디를 1만번가량 들은 것 같다"며 "함께 춤도 췄다"고 자랑했다. 다른 누리꾼은 "딸이 캔디를 틀길래 노래를 따라부르자 딸이 이 노래를 어떻게 아냐고 묻더라"라며 "엄마가 'H.O.T 팬클럽 출신'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최근 스타덤에 오른 걸그룹 뉴진스는 레트로 콘셉트로 전 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누리꾼들은 '옛날 S.E.S.가 생각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SES 유진이 제일 예쁜 줄 알았는데 뉴진스 민지도 예쁘다"며 "우리 딸도 저렇게 예쁘게 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섯명 다 매력 있고 예뻐서 딸과 함께 좋아한다"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뉴진스는 내 젊은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딸과 함께 매일 노래를 듣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연선희씨(40대)는 "요즘 딸이 즐기는 문화를 보고 유행이 되풀이된다는 걸 느꼈다"며 "내 어렸을 적 추억을 딸이 공감해주는 게 너무 좋다"고 흐뭇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