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장비회사 필에너지와 모회사 필옵틱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전환가액이 최근 주가보다 낮은 점을 감안, 투자자들은 CB 전환으로 신규 상장된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최근 CB 발행에 따른 일반 투자자의 지분 희석 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필에너지 주가는 전날 6만4600원으로 마감됐다. 상장일인 지난달 14일 종가(11만4600원)와 비교했을 때 43.6% 하락했다. 필에너지는 상장 당일 공모가(3만4000원)보다 237.1% 오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하락하는 추세다.
필에너지 주가 하락은 CB 전환청구권 행사 영향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필에너지는 지난달 14일 장 마감 후 160억원(120만29주) 규모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공시했다. 기존 발행주식총수(940만4412주) 대비 12.8%에 달하는 물량이다. 전환가액은 1만3333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낮아 상당한 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해당 주식은 지난달 26일 상장됐고 25만4090주는 바로 유통됐다. 필에너지 주가는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전 거래일보다 22.3% 하락했고 신주 일부가 상장·유통된 지난달 26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2.6% 떨어졌다.
CB 여파는 8월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환청구한 주식 중 94만5939주가 오는 14일 보호예수가 해제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새로 유통된 주식의 3배 이상 규모여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필에너지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투자설명서를 통해 "상장 이후 주가가 전환가액을 상회할 경우 CB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관련 권리가 행사될 경우 상장주식수가 증가해 주식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IPO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는 것도 부담이다. 기관투자자들이 IPO를 통해 확보한 물량은 191만2500주다. IPO 전체 물량(281만2500주)의 68.0% 규모다. 보호예수 기간은 최장 6개월이며 3개월이 39.6%(75만7210주)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개월(21.3%·40만6450주) ▲1개월(19.2%·36만7428주) ▲미확약(18.1%·34만5812주) ▲15일(1.9%·3만5600주) 순이다.
필옵틱스, 제3차 CB 전환청구권 행사… 정부 "무분별 유통·발행 방지할 것"
필옵틱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상장 초인 2017년 6월 2만원 안팎이었던 필옵틱스 주가는 현재 1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총 430억원 규모의 제2·3차 CB 발행이 이뤄졌다. 각각 기존 주식총수대비 11.5%, 9.7% 규모다.
필옵틱스가 2018년 발행한 제2차 CB는 물량이 남아있지 않지만 2020년 발행한 제3차 CB는 4만9714주가 전환 가능하다. 제3차 CB의 전환가액은 875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낮아 주식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필옵틱스 주식은 지난 6월30일부터 7월12일까지 총 5차례에 걸친 제3차 CB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126만8566주가 추가 상장됐다.
한편 정부는 CB 발행으로 인해 기존 주주들이 피해받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세미나를 통해 "CB 발행에 따른 일반 투자자의 지분 희석과 시장충격 우려가 있다"며 "CB를 무분별하게 발행·유통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 성향과 어떤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 수요가 결합해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CB 시장이 성장했다"며 "CB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