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 물가가 끈적끈적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한국은행 역시 연준에 얽메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물가 불확실성,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 등을 감안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대로 고금리가 지속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29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시장 기대(2.6%)를 웃돌았다. 이는 전월(2.8%)과 같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PCE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 핵심으로 삼는 지표다.


이에 시장에서 바라보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연내 1차례에 그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월별로 보면 페드워치는 연준이 5(97.5%), 6(88.2%), 7(74.6%)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높게 봤다. 이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5.9%에 이르렀다.

KPMG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뜨겁고 고착화하고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감옥에 잡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물가 둔화세가 더뎌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안갯속이다.

우선 고환율이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400원 선을 뚫은 이후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1370원대로 내려앉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상승 기조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역대 최대치인 2%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쉽게 잡히지 않는 고물가도 문제다. 통계청은 다음달 2일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까지만 해도 2%대로 꺾였지만 2~3월에는 각각 3.1%를 기록했다.

최근 중동 분쟁 우려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농축산물 가격 불안도 여전한만큼 4월 물가 상승률도 3%대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경기 지표마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직전분기 대비 1.3%(속보치)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0.6%를 대폭 상회했다.

이에 한은은 5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금융센터는 "4월30일~5월1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대체로 매파적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올해 금리인하 예상횟수가 이전보다 줄었음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