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제도화 로드맵을 이달 말 공개한다. 도입 시기와 공시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기업들이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단계적 추진 방안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를 열고 주 관계부처, 유관기관, 산업계·기업, 투자자, 전문가 등과 ESG 공시 제도화를 위한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우리 자본 시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투자자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는 이제는 질적 고도화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어 "다만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에게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므로, 시행시기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균형 있는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며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저탄소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중소·중견기업에게 필요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등 전환금융체계도 충실히 마련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이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의 주요 내용을 발제했고, 금융위는 'ESG 공시 로드맵'과 관련한 주요 검토 사항을 제시했다.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2024년 4월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IFRS 재단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공개초안을 마련한 뒤 의견수렴을 거쳐 왔으며, 최종기준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경제계는 공급망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3) 공시가 광범위한 공급망 특성상 측정·추정이 어렵다며 공시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스코프3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배출량이 많은 공정이 공시에서 빠질 수 있어 공시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스코프3를 공시범위에 포함하되, 공시기준에서 적용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로드맵 논의에 포함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로드맵 초안과 관련해서는 EU와 일본 등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의무공시를 추진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또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제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거래소 공시 방식으로 운영한 뒤, 제도가 안착하면 법정 공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초 의무공시 시기와 스코프3 유예기간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EU가 2025년부터 공시를 시행 중이고 일본도 2027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시작하는 만큼 국내도 공시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과,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그 기간 관계부처가 인프라를 고도화해 기업의 공시 이행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
금융위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과 로드맵 초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협의하고 이달 말 제4차 생산적 금융을 위한 대전환 회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열린 입장에서 의견을 듣고 조율하여 4월까지 ESG 공시 로드맵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시 이행을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워킹그룹을 구성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