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다음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이 발표된다. 사진은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면서 금융권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지배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 형성을 경고한 데 이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대해 "차세대 리더십이 골동품이 된다"고 비판해 개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TF(태스크포스)'를 통해 3월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이를 반영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선방안은 금융지주 회장 중심으로 굳어진 권한 구조를 완화하고, 이사회와 주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확대 등이 주요 내용으로 거론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2026년 1월) 16일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회의에서 "은행지주회사는 엄격한 소유규제로 소유가 분산됨에 따라 주인 없는 회사의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지주회장의 선임 및 연임과정에서 폐쇄성과 참호구축 문제에 대한 비판이 지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제고 ▲CEO 선임 등 경영승계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 해결 ▲성과보수체계의 합리성 확대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 임기 제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회장 임기를 3년으로 하되 연임은 1회로 제한해 최대 6년까지만 재임을 허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대표이사의 연임이나 임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개편안 도입 시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회장 체제의 대대적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로, 지배구조 개선안이 실제로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3년 단임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지주 이사회의 주요 문제로 ▲이사회 참호를 구축한 CEO의 셀프 연임 ▲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의 거수기 전락 ▲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감시 기능 약화 등을 지목했다. 이 밖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교수가 다수를 차지한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 32명 중 절반이 전현직 교수로 나타났다.

BNK금융지주는 오는 3월 주총에서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사외이사 후보군의 폐쇄성을 깨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그룹의 사외이사 제도가 미국 등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 형식적 독립성은 갖췄지만, 실제 운영 방식과 역할 면에서는 구조적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를 위한 3년 단임제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임기를 제한하면 이해관계 얽힘을 줄이고 내부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