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도 징역 30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법원은 약 1년전부터 치밀하게 계엄을 계획했다는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었다면, 무기징역의 중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은 내란죄 혐의를 명확히 인정하고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물은 셈이다. 나아가 군과 경찰을 동원한 최고 통치자의 권력 남용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재판부의 판단은 분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조치가 경고성 행위에 불과하고 내란죄가 성립할 만큼의 폭행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자신의 명령을 잘못 해석했다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그 기능을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고 국회 봉쇄와 체포조 편성 및 운용, 중앙선관위 점거 및 서버 반출 등은 그 자체로 폭동 행위이며 한 지역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변했지만 최고 통치권자의 권한이 오히려 중형의 근거가 됐다. 이번 사태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용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점,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피해가 큰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무난하게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 공직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결과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에선 특검의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그러나 내란죄라는 중대 범죄의 법적 판단을 놓고 정치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을 정치적 무기로만 소비하는 순간 또다른 분열과 혼란이 시작된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권 교체나 진영 대립이 아니다. 헌정 체제에 대한 도전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형벌로 단죄될 사안인지가 쟁점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재판 결과를 놓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소모적 정쟁으로 비화돼선 안된다.
오늘 선고가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30년 전 이 법정에서 군사반란과 내란수괴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곳을 거쳤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기록을 더했는데,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경도 참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재판은 윤석열 개인에 대한 처벌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는 의미도 가진다. 그 점에서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건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의 힘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뛰어 나가고, 무장한 군을 막아선 것도 시민들이었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지킬 준비가 돼 있을 때 지속되고 성숙된다는 점을 거듭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