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정사에 '해운대구청과 우동3구역 조합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사진=해운정사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전통사찰과 행정당국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됐다.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해운정사는 2025년 2월19일 해운대구청이 우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대해 내린 사업시행인가(변경)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지난 달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우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지하6층 지상 39층 20개동 2395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소장에 따르면 해운대구청은 2024년 7월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변경고시를 통해 사찰 정면에 공원을 조성하고 기존 왕복 2차로를 폐쇄하는 대신 4차선 대체도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해운정사는 이를 행정청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이고 신도와 지역사회에 설명하는 등 수용 방침을 정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25년 2월 사업시행인가 변경 처분에서는 공원 조성 계획이 철회되고 사찰 정면 30m 거리에 최고 39층 규모의 아파트가 배치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도로 계획 역시 사찰 정면이 아닌 우회도로 방식으로 수정됐다.


해운정사 측은 "행정청이 스스로 확정·고시한 계획을 사전 협의 없이 번복했다"며 신뢰보호 원칙 위반과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해운정사는 2014년 전통사찰로 지정됐으며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해운정사 전법계(149호)와 해운정사 선문염송집(78호), 해운정사 현수제승법수(79호, 149호), 해운정사 현수제승법수(79호), 해운정사 삼층석탑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신라시대에 제작된 삼층석탑은 2020년 4월29일 부산시 유형문화재 212호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문화재 보호구역은 설정되지 않은 상태다.

사찰 측은 "문화재와 수십 미터 거리에서 지하 6층 규모의 굴착 공사와 39층 초고층 건설이 예정돼 있음에도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문화재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해운정사가 제기한 쟁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계획 변경 절차의 적법성 △신뢰보호 원칙 위반 여부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문화재 보호의무 위반 여부 등이다.

사찰 측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조합은 세대수 증가 등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반면 사찰은 접근성 악화와 조망권 침해, 문화재 보호 위험 증가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찰과 사업부지 간 고저 차가 약 5m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면에 39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종교시설의 상징성과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운정사는 조만간 주민 300명 이상 연명 형식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다. 현재 주민과 신도들을 대상으로 1만명 이상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대상에는 부산시의 문화재 보호구역 미지정 경위와 해운대구청의 인허가 과정 전반에서의 직권 남용 등이 에서의 직권남용과 직무 유기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법에 따라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감사 개시 여부가 결정되며 감사가 착수될 경우 사업 추진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여부와 감사원 감사 개시 판단에 따라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해운정사 측은 "우동3구역 재개발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단지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전통사찰을 보호하고 종교를 존중해주는 상생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