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상향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원자재 공급 차질에도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 전망을 끌어올렸다. 다만 물가 전망도 함께 뛰면서 경기 회복 기대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상향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원자재 공급 차질에도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진 것이다. 다만 물가 전망도 함께 뛰면서 경기 회복 기대와 물가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2026년 5월'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2.1%로 0.3%포인트 올렸다.


중동발 악재에도 성장 전망 상향…반도체 수출이 견인

이번 전망은 고유가 충격이 물가를 밀어올리는 가운데 반도체가 성장을 떠받친 데 따른 것이다.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생산비 부담은 커졌지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수요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중 국내경제는 중동발 공급충격을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정책이 일부 완충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조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2월 당시 전망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2.6%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전쟁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됐다"며 "1분기 성장률이 1.7%를 기록하며 큰 폭 반등했고 4월 이후에도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린 가장 큰 힘은 정보기술(IT) 수출이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이 2월보다 0.6%포인트 높아진 배경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IT 수출이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증시 호황도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주며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인 것으로 봤다. 반면 중동전쟁은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추경 등 정부정책은 이 충격을 0.2%포인트가량 완충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가 급등에 물가 전망도 상향…소비자물가 2.7% 예상

물가 부담도 한층 커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올렸다. 내년 전망치도 2.0%에서 2.3%로 상향했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도 올해 2.1%에서 2.4%로, 내년 2.0%에서 2.3%로 각각 높였다.

한은은 석유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의 직접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등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파급될 것으로 봤다. 경기 회복으로 소비 여력이 커지면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도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석유류 외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점차 확산되고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 부담의 중심에는 국제유가가 있다. 한은은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가 2분기 평균 배럴당 103달러까지 오른 뒤 하반기 중 95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93달러로 2월 전망보다 29달러 높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경상수지 전망도 끌어올렸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800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에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를 웃돌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봤다.

반도체·중동상황이 최대 변수…비관 시나리오에선 충격 커질 수도

향후 경기 흐름은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와 중동상황이 얼마나 빨리 진정될지에 달려 있다. 한은은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회복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고유가 장기화와 AI 투자 조정,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은 성장률을 다시 끌어내릴 변수로 꼽았다.

한은은 낙관과 비관 요인이 동시에 움직일 경우 충격이 단순 계산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향후 반도체 경기와 중동상황이 낙관 또는 비관 시나리오로 동시에 전개될 경우 금융여건, 소비·투자 심리, 기업 수익성 변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각 시나리오의 산술적 합계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비관적 시나리오의 조합에서는 금융과 실물 간의 부정적 상승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률 둔화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