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 모습. /사진=공동취재·뉴스1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 '수도권 배제' 조항이 명시된 것과 관련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28일 도청에서 현병천 미래성장산업국장 주재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수도권 배제 공동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도-시·군 긴급 현안회의'를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도내 주요 시·군 실·국장과 차세대융합기술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 시행령(안)'이 반도체클러스터 지정 요건으로 '수도권 외 지역'을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 21일 산자부에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기도는 현재 용인·평택·이천·화성·성남을 잇는 총 1126조원 규모의 'K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글로벌 기업 유치와 지자체별 특화 산업 육성 전략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시행령(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우선 오산시는 AMAT 등 글로벌 장비기업과 연계한 연구단지 조성 차질을, 성남시는 판교 중심의 팹리스 육성 전략과의 정책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평택시와 수원시 역시 삼성전자 등 앵커기업과 연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투자 유치 및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과 방첩사·경마장 부지를 활용한 AI·AX 신산업 육성 전략에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중첩규제를 받아온 경기 북부지역의 피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천군과 가평군은 인구감소지역·접경지역으로 다시 수도권 규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양시는 남북관계 개선 시 거점 성장 가능성이 위축될 수 있고, 의정부시는 반환공여구역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전략이 중첩규제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별법 제정안에 참여한 전문가는 "시행령(안)의 수도권 배제 조항은 당초 정부가 추진해온 K반도체벨트 및 메가클러스터 정책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2019년부터 용인, 평택, 이천, 화성 등 기존 반도체 거점을 중심으로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이제 와 수도권을 배제한다면 기존 정책 방향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이 기존 반도체 거점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 전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는 방식은 국가 반도체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병천 경기도 미래성장산업국장은 "반도체 산업은 속도와 실행력이 핵심인 만큼, 수도권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