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비공개 전환 후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사진=뉴스1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가 선거 책임론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전체 광역단체장 선거 12대4 승리의 의미가 퇴색한 가운데 여권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1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쏟아졌다. 재선의 장철민 의원은 "정 대표가 당 대표에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오늘이라도 사퇴해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3선의 신정훈 의원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결과와 과정이 굉장히 거칠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황명선 최고위원은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며 정 대표를 겨냥했고, 대통령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원로 박지원 의원은 정 대표의 사퇴와 불출마를 대놓고 촉구했다. 이에 친청계는 서울시장과 부산 북갑 등 주요 격전지 패배의 책임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후보들에게 있다며 맞서고 있다. 선거 결과에 담긴 유권자의 뜻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해석도 끊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 정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반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할 곳을 졌다. 승리는 최소한 아니다"라고 평가한 것을 두고도 정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급기야 정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대변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이 당 대표를 찍어내려 한다고 비판했는데 대통령이 지금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의 평가에 공감한다"면서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이런 권력 다툼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느냐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9%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경고에도 여권이 민생과 국정보다 책임 공방과 당권 경쟁에 더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민께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여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집권 2년차는 5년 임기 중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할 일이 태산이다. 이 귀중한 시간을 여권이 내부 권력다툼으로 허비했다간 민심의 경고는 더 큰 질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