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내 한 지렁이사육장, 지렁이는 보이지 않고 폐기물 처리 흔적만 보이고 있다./사진=황재윤 기자


경북도내 일부 지렁이 사육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법률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경북도내 지렁이 사육장은 '가축 사육시설'로 분류돼 완화된 기준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제도는 본래 지렁이를 활용한 친환경 퇴비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현실에서는 폐기물 처리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큰 상황이다.


특히 폐기물이 '지렁이 먹이'라는 명목으로 반입될 경우 일반적인 폐기물 처리시설에 적용되는 엄격한 반입 기준과 처리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처리 능력을 초과한 슬러지를 대량 반입한 뒤 장기간 적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운영 실태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지렁이 사육 여부, 사육 규모, 폐기물 처리량, 부숙토 생산·반출 실적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보고 의무가 미흡해 '지렁이 사육장'으로 등록만 하면 실제 운영 내용과 관계없이 제도권 안에 머무를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한다.

일부 현장에서는 지렁이 사육 흔적조차 확인되지 않거나 지렁이 판매나 부숙토 유통 기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반입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지렁이 사육은 명목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폐기물 적치장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 위험성은 심각하다.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슬러지는 중금속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간 방치될 경우 침출수를 통해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강우 시 오염수가 인근 농경지로 유입될 경우 농작물 안전성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제도 설계 자체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한 환경 전문가는 "지렁이 사육장을 농업시설로 볼 것인지, 폐기물 처리시설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규제만 느슨하게 적용되다 보니 사실상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틈을 이용한 편법·불법 행위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주민 피해도 상당하다. 악취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침출수에 대한 불안으로 농업 활동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창문조차 열기 어려운 수준의 악취가 발생하는 등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더 이상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법·제도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렁이의 가축 분류 재검토 또는 제외 △지렁이 사육장의 폐기물 처리시설 수준 관리 편입 △폐기물 반입 종류와 물량의 엄격한 제한 △처리 과정과 실적에 대한 의무 보고·공개 △정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현장 점검 체계 구축 △침출수와 악취 관리 기준 강화 등이 핵심 개선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경북도내 한 ‘지렁이농장’, 가스 등이 분출돼 사람 또한 1초도 서있기 힘든 가운데 사실상 지렁이를 사육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보여지고 있다./사진=황재윤 기자


일각에선 "지렁이를 가축으로 인정하는 현행 체계가 폐기물 반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해당 분류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전문가들 또한 "지렁이 사육장이 더 이상 폐기물 유입 창구로 악용되는 구조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유사 사례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닌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주관 부서 없이 방치되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부처 간 협업을 통한 통합 관리 체계 구축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환경 전문가 A씨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지금 이 순간에도 관리 사각지대에서는 또 다른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책임 있는 주무 부처로서 더 이상 늦추지 말고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