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장기 불황을 벗어나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배분을 주장한 데 이어 최근 한화오션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까지 겹치며 올해 임단협을 앞둔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파업까지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일 울산 본사에서 상견례를 열고 가장 먼저 임단협 협상에 돌입했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에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추가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 배분, 휴양시설 운영 유지를 위한 경상비 20억 원 출연 등을 담았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 주장에 노사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설비 투자와 미래 경쟁력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조 요구를 적용한 성과급 규모는 지난해 영업이익(2조 375억 원) 기준 약 61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조 원 기준으로는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임단협에서도 성과급 체계 개선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4일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교섭에 돌입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이달 말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영향도 올해 임단협의 변수로 꼽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한화오션이 제기한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급식·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웰리브지회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조리실과 세탁실, 통근버스 등 작업장 내 노후 시설 개선이 한화오션의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오션은 선박 생산과 무관한 사내 하청노조와도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웰리브지회가 원청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해 온 만큼 성과 배분 요구가 원청을 넘어 하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정 기업이 아닌 조선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교섭 요구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간접고용 비중은 63%에 달한다. 2위 건설업(44.3%)은 물론 제조업 평균(1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하청 노조의 동일 성과급 요구가 확대될수록 조선사들의 경영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기에도 다음 불황에 대비한 투자가 중요하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위한 자동화 설비와 생산능력 확충 등이 필요하지만 인건비 증가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선박 건조와 인도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조선사들이 빠른 인도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는 가운데 납기 지연은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과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하청이 공동 투쟁에 나선다는 점이 과거 임단협과 가장 큰 차이"라며 "교섭 과정의 최대 쟁점이자 협상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하청이 공동으로 성과급을 요구할 경우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배분할지 원청과 하청 간 몫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