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산 스케일업 과제: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 제하의 토론회에서 숙연 인력과 지원 제도 지원을 강조했다. /사진=지선우 기자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가 "산업의 미래는 돈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있다"며 "돈은 만들어낼 수 있어도 사람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함정 수출 확대와 현지 건조 요구 증가로 숙련인력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인력 문제가 K해양방산의 성장을 제약하는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 상무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산 스케일업 과제: 기술인재 활용과 패키지 지원'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대]와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 겸 더불어민주당 방위산업특별위원장인 김병주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시을)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지난 4월16일 개최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시대포럼의 2번째 후속 숙의 토론회다.



최 상무는 조선·해양방산이 지난 50년간 성장해 온 핵심 동력이 바로 인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울산함이라는 전투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1976년,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며 "지난 50년 동안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발전해 가는 데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인력이었는데, 지금 가장 큰 위험 요소도 인력"이라고 말했다.

숙련인력 확보는 K조선·해양방산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인력은 2014년 약 20만3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2년 7월 약 9만2000명으로 8년 만에 54.5% 줄었다. 같은 기간 설계·연구 인력은 46.9%, 생산인력은 58.3% 감소했다.

최 상무는 인력 부족이 해양방산에서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함정은 각종 센서와 무장, 전투체계 등을 통합·연동해야 하는 복합무기체계여서 설계 단계부터 숙련 엔지니어의 역량이 필수다. 생산 현장에서도 구축함과 잠수함 등 고성능 함정을 건조하려면 작업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만들어지는 이른바 '암묵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산 분야는 민수 조선과 달리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는 데다 함정 건조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현장 경험을 축적하기도 어렵다. 함정별 요구 성능과 사양이 달라 단순 반복 생산으로 숙련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최 상무는 설명했다.

최 상무는 이 같은 인력난을 풀기 위해 방산 인력풀 확대와 중소기업 경력자 인센티브, 지역·해외 전문인력 양성, 정부 차원의 현지 인력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선 앞으로 함정 수출에 필요한 인력을 영업·엔지니어링·현지화 등 세 분야로 나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봤다. 미국과 유럽 업체가 선점한 글로벌 방산시장을 공략하려면 수출 대상국의 산업과 문화를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상무는 "미국과 유럽이 만들어 놓은 방산 세계에 우리가 후발 주자, 도전자 입장에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벽을 뚫어야 한다"며 "앞으로 수출을 고도화할 지역을 타깃으로 그 지역에서 공부했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 지역 전문가들을 수주 전략에 앞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완제품을 건조해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링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언제까지 제조만, 완제품만 팔 수 있는 방산을 할 것이냐"며 "엔지니어링 사업을 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력 공급을 늘릴 해법으로 군사학과와 방산학과를 연계한 '방산 인력풀' 구축을 우선 제시했다. 군 복무 과정에서 무기체계를 직접 다룬 간부들이 전역 이후 관련 방산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산업 현장을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최 상무는 "군사학과와 방산학과를 좀 통합했으면 좋겠다"며 "군이 필요한 군 간부도 양성하고 무기체계를 직접 다뤄본 뒤 그 무기체계를 만든 회사로 나중에 취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통합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력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소 방산기업 근무 경력을 대기업 취업 때 인정하는 '마일리지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대기업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경력 사다리를 만들어 신규 인력의 중소기업 유입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최 상무는 "군 간부로 복무한 사람, 무기체계를 다뤄본 사람, 중소기업에서 방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일리지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분들이 대기업에 취업할 때 그 마일리지를 인정해주면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사업 확대에 대비해 제2외국어와 현지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도 주문했다. 국내에서 교육받는 외국군 장교와 생도에게 K방산의 무기체계와 산업 현장을 소개해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방산 관련 학과에서도 영어 외에 수출 전략 지역의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 상무는 정부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수출 대상국 조선·방산 인력 육성을 요청했다. 함정 현지 건조가 늘어날수록 국내 기업이 모든 교육과 기술 지원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간 협력으로 현지 산업 기반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ODA 사업으로 지원해주면 페루와 더욱 공고한 방산 협력이 가능하고 15년, 30년 파트너십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방산이 살아갈 길은 우리 것을 가지고 가서 '우리가 우수하니 우리 것을 사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양방산이 앞으로 50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를 생각하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김 의원이 축사를 했고 이광형 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발제는 이준곤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와 이상언 시대 편집국장이 맡았다. 토론에는 이경훈 방위사업청 방산중소기업지원과장,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최태복 상무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