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 경량화·슬림화 경쟁 심화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로 데이터 처리량도 급증해 낸드 설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모바일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저전력 모바일 낸드 솔루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스마트폰은 물론 AI 웨어러블 등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모바일 낸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한 차세대 모바일 스토리지 UFS 5.0을 개발했다. 9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한 UFS 5.0은 순차 읽기 속도 10.8GB/s, 순차 쓰기 속도 9.5GB/s를 지원한다. 기존 UFS 4.1 대비 약 2배 이상 데이터 처리 효율이 향상됐다. 클락 게이팅·멀티 전압 등 다양한 신규 기술도 적용돼 전력 효율도 전작 대비 40% 이상 개선됐다.


SK하이닉스도 온디바이스 AI 확산에 맞춰 모바일 낸드 설루션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급을 시작한 온디바이스 AI 특화 낸드 설루션 ZUFS 4.1은 데이터를 용도와 특성에 따라 구역별로 저장하는 존 스토리지 기술을 적용해 운영체제(OS) 작동 속도와 데이터 관리 효율을 높였다. 세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321단 4D 낸드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용 UFS 4.1 제품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전작 대비 두께가 1㎜에서 0.85㎜로 줄었음에도 전력 효율이 7% 개선됐다.

두 회사가 모바일 낸드 제품군 개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온디바이스 AI 확산이 있다. 기존 모바일 기기 내 낸드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처리한 데이터나 사진·영상·앱을 저장하는 등 비교적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기기 내부에서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형태로 전환되며 낸드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AI 기능은 단순한 답변 생성이나 이미지 편집을 넘어 사용자 맥락을 파악해 여러 앱과 데이터를 연계하는 AI 에이전트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도 늘었다. AI 연산 자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담당하지만,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연 없이 불러오고 처리 결과를 저장하려면 저장장치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 로딩 지연이 줄어들수록 AI 서비스 속도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낸드의 전력 효율과 제품 크기도 중요해지고 있다. 모바일 기기는 경량화·슬림화 경쟁 심화로 내부 공간은 협소해지고 데이터 처리 부담은 늘고 있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읽고 쓰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고 크기까지 최소화한 고성능·저전력 모바일 낸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성능 모바일 낸드 수요가 모바일 기기를 넘어 AI 웨어러블 등 차세대 디바이스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두 회사가 낸드 설루션을 고도화하는 이유다. AI 웨어러블 기기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사용자가 보고 듣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번역·길 안내·메시지 확인 등 생활형 AI 비서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웨어러블 역시 제한된 공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이동·저장해야 하기에 고성능·저전력 낸드가 필요하다.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이 점차 확장하고 있는 만큼 낸드 수요도 함께 늘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스마트글래스, 이어웨어 등 AI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나서며 차세대 디바이스 생태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AI 웨어러블 시장이 2025년 436억달러(약 66조8650억원)에서 2026년 566억달러(약 86조6320억달러), 2033년 3106억달러 규모(475조4044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가 차세대 디바이스로 확산하면서 낸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