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메가특구 특별법'에 담을 노동규제 특례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15일 노동계에 제안했다. 메가특구의 근로시간, 고용방식 관련 쟁점들을 노동계, 기업, 정부가 만나 '원 포인트 대화'로 풀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책임 있게 논의에 임하겠다"고 했고, 민노총은 유보적 태도를 보이며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건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들어설 메가특구의 성패에 노동규제 특례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묶인 우리 기업들이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밥 먹듯 하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경제계는 현재 2년인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파견근로 허용범위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메가특구 내에서라도 노동 규제를 일부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근로조건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특례에 반대하고 있다.
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경직적인 노동제도로 꼽힌다. 미국, 일본은 고소득 관리자, 연구개발(R&D) 인력을 근로시간 상한의 예외로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한국, 대만에 뒤처진 반도체 산업 등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8년 전 도입한 '월 45시간 잔업 규제'까지 유연하게 바꾸며 노동 규제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사회적 대화 제안은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도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나 노동규제 완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52시간제를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삼아온 노동계가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 사회적 대화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메가특구법 제정의 골든타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동계가 대화에 참여해 놓고도 노동특례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면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제 완화를 포함한 노동규제 완화 문제는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메가특구의 추진은 정부가 노동계와 의무적으로 교섭해야 하는 사안도 아니다. 긍정적 취지와 달리 사회적 대화가 제도개선만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부터 명확한 태도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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