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표 DB자산운용 퀀트본부장은 AI 투자가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홍은표 DB자산운용 퀀트본부장. /사진=염윤경 기자


"인공지능(AI) 투자에는 반도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전력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홍은표 DB자산운용 퀀트본부장은 최근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AI(인공지능) 산업 투자 기회가 반도체를 넘어 전력 인프라와 냉각,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단계가 본격화하며 수혜 범위 역시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데이터와 정량 모델을 기반으로 시장과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 전략을 설계하는 퀀트 운용 전문가다. 시장 국면별 특성 변화와 종목·업종 비중을 분석해 DB자산운용 퀀트 기반 ETF(상장지수펀드) 운용 전략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AI투자, GPU→전력으로 이동…"다양한 산업 필요"

홍 본부장은 초기 AI 투자는 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 반도체 등 연산 인프라에 집중됐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하며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건설부터 서버, 전력 인프라, 네트워크, 운영 서비스까지 다양한 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본부장은 "과거에는 AI 투자가 반도체나 일부 빅테크에 집중됐다"며 "데이터센터가 실제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전력 인프라와 전력 기기, 냉각 시스템, 네트워크, 건설, 운영까지 생태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2~3년간 가장 높은 성장성과 실적 가시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전력 인프라를 지목했다. 홍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초기 병목 현상은 GPU 확보였다면 이제는 전력 확보로 이동했다"며 "데이터센터 증설이 본격화하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등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관련 기업들은 이미 수년 치 수주 잔액을 확보한 곳들이 있다"며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고 향후 실적 가시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홍본부장은 AI 밸류체인 투자 유망 분야로 전력 인프라, 액체 냉각 분야를 짚었다. /사진=염윤경 기자


전력 인프라에 이어서는 액체 냉각 분야를 주목했다. AI 서버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사용량과 발열도 함께 증가해 냉각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홍본부장은 "AI 서버 전력 밀도가 높아지고 발열이 극대화되면서 기존 공냉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효율성이 높은 액체 냉각 기술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어 관련 산업 성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DB자산운용이 최근 'DB 마이티 AI데이터센터 밸류체인' ETF를 내놓은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이 ETF는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을 설계·건설, AI 인프라, 전력 인프라, 운영 서비스 등으로 나눠 관련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다.

홍 본부장은 "단순히 AI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업을 편입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에서 기업이 담당하는 실질적인 역할과 사업 연관성을 검토했다"며 "특정 분야에 집중하면 시장 순환매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분산투자 하면 리스크를 낮추면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성장 기회를 폭넓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AI 다음은 휴머노이드…장기 성장성 더 커진다

AI 이후 새롭게 부각될 투자 테마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꼽았다.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피지컬AI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로봇 산업 성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홍본부장은 "피지컬 AI 대표 응용 산업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AI 이후 새로운 투자 테마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초기 배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AI 모델과 액추에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조와 물류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본부장은 AI 이후 유망 투자 분야로 휴머노이드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 자동화 로봇이 물건을 집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그는 아직 휴머노이드 사업 성장성이 주가에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며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홍본부장은 "기술 발전이 이어지고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장기적인 매출 성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고 했다.

DB자산운용 역시 관련 산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홍본부장은 "장기적인 메가트렌드를 발굴하고 이를 투자 가능한 포트폴리오로 구현하는 것이 운용사의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조정 AI 성장성 훼손 아냐…실적 기반으로 기업 골라야

홍본부장에게 최근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AI 투자를 지속해도 되냐고 묻자 그는 "현재 상황이 이례적이긴 하다"면서도 "이같은 변동성을 AI 산업 자체 성장성 훼손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홍본부장은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 상 메모리 업황이나 미국 금리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단기적인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AI 인프라 확충이라는 큰 방향에서는 구조적 성장모멘텀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본부장은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분할 매수와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 성장성이 높은 산업을 고르고 그 안에서도 실제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선별해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본부장은 "변동성이 커지면 시장을 급하게 추격하거나 공포에 빠져 매도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며 "이럴수록 분할 매수와 분산투자라는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 실적을 우선적으로 살펴야한다고 했다. 홍본부장은 "증시는 결국 실적장"이라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있을지라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