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개각의 목표가 분명하다. 공소 취소, 그리고 좌파 챙기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정부 인선을 비판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선을 '좌향좌'로 규정한 장 대표의 얼굴은 시종일관 싸늘했다.
열하루 뒤인 18일 청와대 영빈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21일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했다. 사의가 수용되면 이달 초 물러난 김용범 전 정책실장 자리까지 청와대 3실장 가운데 두 자리가 빈다.
정부 출범 1년3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 5명이 낙마했다. 검증은 이미 고른 사람을 점검하는 절차다. 고를 사람이 적으면 그물코를 아무리 촘촘히 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물코가 아니라 우물의 크기다.
1860년 5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선 후보로 지명되자 경쟁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한 링컨은 슈어드에게 국무장관, 체이스에게 재무장관, 베이츠에게 법무장관을 맡겼다. 미국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저서 '권력의 조건'에서 불편한 경쟁자들을 품은 이 진용을 링컨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조선의 영조도 탕평을 구호로만 외치지 않았다. 1742년 성균관 앞에 탕평비를 세우기 전부터 노론과 소론을 짝지어 요직에 앉혔다. 이른바 쌍거호대(雙擧互對)다. 탕평은 선언이 아니라 인사로 증명된다.
이 대통령이 탕평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수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청문회 논란 끝에 지명을 철회했다. 보수 성향의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쓴소리를 이어가다 이달 연임 없이 물러났다. 통합 인사는 결국 상징에 머물렀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손발이 맞는 사람을 쓰고 싶은 마음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한국갤럽 기준 취임 후 최저인 37%까지 내려앉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인재의 우물을 넓히는 일이다.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청와대 실장 인선이 그 첫 시험대다. 불편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가. 그 대답에 남은 임기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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