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의 대폭 축소를 지시한 가운데 정부와 군,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국가위기관리 훈련인 '2026 을지연습'이 18일 전국에서 시작된다. 전국 4000여개 기관, 약 58만명이 참여하는 이번 훈련은 사이버 공격과 드론 테러, 국가핵심기반시설 마비 등 복합 안보 위협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비상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을지연습은 이날부터 21일까지 3박 4일간 실시된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중점관리대상업체 등이 참여해 전시나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을 진행한다. 정부는 국가위기관리 능력과 정부·군 통합대응체계를 점검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훈련은 전력·에너지·공항·항만·도로 등 국가핵심기반시설 보호에 중점을 두고 실시된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 전력 고도화와 사이버 위협 증가 추세를 반영해 드론 공격, GPS 교란, 사이버 공격 대응 훈련을 강화한다. 오는 20일에는 주민 대피와 차량 통제 등을 포함한 전국 단위 공습대비 민방위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을지연습과 연계해 실시되는 한미연합연습 UFS는 한국 정부의 을지연습과 한미 연합군의 군사연습을 결합한 대표적 방어훈련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무인기, 전자전,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한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는 훈련으로, 올해는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약 1만8000명의 한국군이 참가하며 한미 양국은 예년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훈련 개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공개 지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합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외교적 해법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현재까지 훈련 규모나 일정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UFS는 계획된 일정과 규모대로 진행 중"이라며 미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변경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UFS는 장비와 병력 전개가 상당 부분 완료된 상태여서 즉각적인 축소나 취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북 유화 메시지라는 분석과 함께 이란 문제 등 대외 현안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에 한미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 게임(War Games)'이라고 비판하며 축소 또는 중단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물론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국군의 지휘·작전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단계별 평가가 필요한데, 대규모 연합훈련 축소 시 주요 검증 절차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은 예정된 훈련을 차질 없이 실시하면서 미국 측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UFS 규모 조정 여부는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 전작권 전환 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지시가 북미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한미 안보협력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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