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불과 1년 전 '10년 유지'를 약속했던 성과급 제도를 다시 손질한 데 대한 조합원 반발이 변수인 데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하는 기준을 둘러싼 주주들의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PS 지급 방식을 기존 전액 현금 중심에서 현금과 자사주를 섞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PS의 40%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60%는 자사주로 지급한다. 자사주 중 전체 PS의 40%에 해당하는 물량은 당해 연도 매도가 가능하고 나머지 20%는 1년 뒤와 2년 뒤 각각 10%씩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난해 9월 타결한 노사 합의를 1년도 안 돼 바꾼 것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지급 상한을 없애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당시 PS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현금으로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다시 수정한 것은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는 한편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로 악화된 사회 여론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을 24~25일 이틀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칠 예정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내부 반발의 불씨가 여전해서다. 자사주 지급은 주가가 오르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현금보다 체감 보상이 줄어들 수 있다. 회사가 여러 보전장치를 마련했지만 현금 성과급 10년 유지 약속을 1년도 지나지 않아 뒤집은 것을 구성원들이 수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잠정합의안에 적자 발생 시 임금의 3% 이내를 이연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도 논란거리다. 회사 측은 위기 상황에서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임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조항인 만큼 반발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출범한 통합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조는 지난 13일 출범해 일주일 만에 조합원 수 3400명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전체 직원(3만5000여명)의 10% 수준이다. 통합노조는 성과급을 100%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주들의 반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정한 노사 협약 자체가 주주총회 결의 없이 회사 이익을 처분한 것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해 왔다. 특히 이번 잠정합의안이 지급 방식을 전액 현금에서 일부 자사주로 변경했지만 영업이익 10%라는 성과급 재원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협약을 철회하고 해당 금액을 주주배당 재원에 포함시켜 100조원 규모의 환원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이번 노사 잠정합의는 주주총회 결의 없는 이익처분으로 위법배당의 성격을 지울 수 없다"며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는 자사주는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해 소각함으로써 전체 주주에게 환원돼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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