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대상자는 매년 늘지만 이들을 가르칠 학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은 2018년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캘리그라피를 통한 사회적응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사진 제공=서울 동작관악특수교육지원센터 양명윤 교사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 한쪽에 앉은 3학년 우정이(가명)가 연필을 꼭 쥐었다. 수업을 들으며 필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정이는 노트에 적힌 글자를 따라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장애 판정을 받아 특수교육 대상자인 우정이는 특수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일반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비장애 학생들과 계속 함께 지내는 건 아니다. 체육,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이 있는 날엔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지만, 대다수 시간은 일반학급 아래층에 있는 특수학급에서 받아쓰기를 하거나 색칠공부를 하며 보낸다.



고등학교 1, 2학년 때까진 우정이도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고, 모둠활동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3학년이 되자 우정이의 학교생활은 대부분 '자습'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정이는 점점 친구들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가 됐다.

특수학교 신설 위해 유휴부지 적극 활용해야

일반학교에 진학한 특수교육 대상자 상당수의 학교생활은 우정이와 큰 차이가 없다. 말은 '통합교육'이지만 실상은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분리교육'이다. 문제는 장애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한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특수교육 대상자의 4명 중 3명이 일반학교를 다니며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는 12만4195명. 이 중 74%인 9만1986명이 일반학교를 다닌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전국의 특수학교 정원은 현재 3만1365명으로, 지난 5년간 449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교육부는 2030년까지 특수학교 21곳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신설 예정인 특수학교는 14곳으로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신설 특수학교 인근 주민들의 반대다.

대표적인 예가 설립 계획이 나온 지 6년 만인 2020년 문을 연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다.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특수학교 설립 계획이 발표되자 삽을 뜨기 전부터 거센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바로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동의한 건 아니다. 특수학교 인근에 주민 편의시설을 함께 짓는 방안을 갖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들어선 것인 가양도서관이다.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3명(오른쪽)이 특수학교 설립을 요청하며 무릎을 꿇었다. /사진=뉴시스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조희연 전 교육감은 [시대]에 "지역사회의 거부감을 해소하려면 특수학교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블록 모델'이다. 특수학교 부지 내에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공간(블록 1)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블록 2)을 동시에 짓는 방식이다.

내년 9월 개교하는 서울 중랑구의 특수학교, 동진학교도 '블록 모델'로 주민들의 동의를 끌어냈다. 2012년부터 설립을 추진한 동진학교는 후보지 검토만 9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다가 현 부지에 수영장과 체육관, 평생교육센터, 지하주차장 등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도록 하면서 마침내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었다. 동진학교 총사업비 897억원 중 주민편의시설에 투입되는 예산은 21%에 이르는 189억원이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폐교가 많지 않아 학교 부지에만 특수학교를 짓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만큼 공공기관 부지나 정부 청사 등을 활용해 특수학교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 전 교육감은 "특수학교를 새로 지을 때 폐교를 우선순위로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폐교 외에 여러 유휴 공간에 특수학교를 몇 곳만 더 늘려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교사 양성 때 장애아동 특성 교육 필요

당장 특수학교를 많이 지을 수 없다면 일반학교에서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에선 무엇보다 교원양성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재 일반교사와 특수교사는 전공에 따라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일반교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동작관악 특수교육지원센터 양명윤 교사는 "예비 일반교사부터 '개별화교육계획(IEP)' 방법을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IEP는 장애학생의 행동 특성에 따라 교육목표 및 방법 등을 세워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이다. 양 교사는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함께 통합학급을 운영하는 방식을 배우고, 현장실습 단계에서 같이 장애학생을 가르쳐 본다면 통합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교사만이 아니라 일반교사도 대학 교육 과정에서부터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도록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현장을 책임지는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장애학생들을 대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라며 "현재 일반교사 양성 체계에선 학생의 장애 정도에 따른 대처법을 배우는 과목이 한 개 남짓인데, 이런 수업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