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씨(오른쪽)는 초등학교 4학년 딸 지연이를 데리고 아침마다 함께 등교한다. 희진씨는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지연이를 특수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지만, 특수학교의 문은 좁기만 하다. /사진=김희진씨 제공


김희진씨(가명·46)의 딸 지연이(가명·10)는 네 살 때인 2020년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돼 서울의 영유아 전문 특수학교인 누리학교를 다녔다. 아이를 위해 맞춤형 교육을 해주니 더없이 마음이 놓였다.

그러다 2023년 지연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자 희진씨 걱정이 커졌다. 희진씨가 사는 서울 관악구에는 특수학교가 서울정문학교 딱 한 곳뿐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정원은 12명. 하지만 지원 학생은 40명 가까이 됐다. 희진씨는 "지연이가 누리학교에 입학할 땐 코로나19로 경쟁률이 낮아 정말 운 좋게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연이는 정문학교 입학 면접에서 탈락했다. 특수학교에선 장애가 심한 아이를 먼저 선발한다. 면접을 통해 중증도를 파악한다. 지연이는 지적장애 중증이다. 그런데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결국 희진씨는 지연이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때부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특수학교 신청서 쓰다 무너져내린 이유

지연이는 일반학교 입학 이후 대소변 실수가 잦았다. 지연이가 하교하면 희진씨는 맨 먼저 학교에 챙겨 보낸 다른 바지로 갈아입었는지부터 확인한다. 혹시라도 바지를 갈아입었다면 곧바로 담임선생님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묻고 연신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기에…. 지금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실수하는 날이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지연이를 놀리지는 않을지, 다른 학부모들이 경계하지는 않을지 늘 불안하다.

일반학교에선 맞춤형 교육을 받기도 힘들다. 일반학교 진학을 위해 지연이를 데려갔을 때, 학교에선 가장 먼저 아이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이어 교사의 인솔하에 이동이 가능한지 테스트했다.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일반학교에서 우리 아이에게 가르치는 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뿐이라는 자조적 말들이 나온다.

이 때문에 희진씨는 지연이가 정문학교 면접에 떨어진 뒤 지방으로 이사하는 걸 여러 번 고민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전학이 수월한 지역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다만 당장 직장을 옮길 수 없어 늘 마음 한곳에 돌을 얹고 산다. "지금은 그냥 버틴다는 마음이에요. 언제든 (지방으로) 내려갈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지난 7월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접했다. 서울정문학교 4학년에 한 자리가 비었다는 것. 일반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대상이었다. 희진씨는 서둘러 복지카드와 장애 판정 자료 등을 준비했다. 그러다 지연이의 건강상태, 학습능력, 대인관계 등을 적는 신청서를 쓰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문제가 많고, 학교를 힘들어했는지를 중심으로 신청서를 쓰다 보니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일반적인 입학 면접은 우리 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는 거잖아요. 특수학교는 반대에요. 안 좋은 모습을 어필해야 입학할 수 있어요. 장애 정도를 두고 경쟁하다 보니 신청서를 쓰면서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나'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지난 7월29일 정문학교 면접 당일, 희진씨는 지연이 손을 잡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다른 지원 학생의 모습을 보고 희진씨는 낙담했다. 괴성을 지르며 손으로 벽을 치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호자가 쩔쩔매고 있었다. 희진씨는 생각했다. '지연이는 또 떨어지겠구나.'

"정말 여러 감정이 들더라고요." 희진씨는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학부모들이 서로 내 아이의 상태가 더 나쁘다고 어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가도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끼리 이렇게 경쟁하게 만드는 현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언제까지 '자괴감 경쟁' 벌여야 하나

[시대] 취재 결과 치열한 특수학교 입학 경쟁을 뚫기 위해 일부 학부모는 면접 전 자녀의 컨디션을 일부러 엉망으로 만든다고 한다. 아이를 사흘간 굶긴 채 면접장에 데려간 사례도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줬다가 뺏어 일부러 아이의 감정 상태를 흔들기도 한다. 한 장애아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특수학교 면접을 위해 며칠간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글도 있다.

2000년부터 특수교육을 담당한 서울 동작관악특수교육지원센터 양명윤 교사는 "시험 성적 등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는 특수학교는 장애 정도와 보호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10분 남짓한 면접을 통해 아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녀의 상태를 최대한 안 좋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나온 정문학교 면접 결과, 지연이는 또다시 탈락했다. 결과를 접한 희진씨는 [시대]에 이렇게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게 아무래도 지연이를 위해 더 나을 것 같아요. 계속 고민하지만 이젠 다른 방법이 없네요."

지난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는 12만4195명. 이 중 25.8%인 3만1993명만이 특수학교에 다닌다. 법정 학급당 기준 특수학교 정원은 3만1365명으로 이미 포화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아가 특수학교로 전학하는 것은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언제까지 "우리 아이가 더 아프다"며 '자괴감 경쟁'을 벌여야 할까. 당장 많은 특수학교를 신설하기 힘든 현실에서 유일한 대안은 일반학교에서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교육의 한계는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할까. [특수학교 입학전쟁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