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만남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30일 한국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모습.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 비해 북한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작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 보수 매체도 북미 대화 어렵다고 전망

미국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도 북미 대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6월30일 한국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합의를 타결할 유인이 크게 줄어든 북한을 상대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전력이 커졌고 러시아와의 관계가 과거보다 더 친밀해졌기 때문이다.

폭스뉴스는 북한이 이미 상당한 규모의 핵무기와 다양한 운반체계를 갖추고 있어 군사적으로 핵 위협을 제거하기 어렵다며 8년 전보다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길도 좁아졌다고 밝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 대치를 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적대국을 줄이고 이란에 쏠린 관심을 분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무기 50~70기와 여러 운반체계를 보유한 만큼 군사적 해법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켈시 데이븐포트 미국군축협회(ACA) 비확산정책국장은 "북한 핵무기를 단기간에 없애는 일괄타결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북한이 2018년보다 더 강경한 조건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북미 대화가 열려도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제한, 북미 위기관리 채널 구축, 북러 관계 약화, 평화협정 등 제한적인 합의가 논의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트럼프와의 만남에 관심 없는 이유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친밀해지면서 경제적, 군사적 이득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10월24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착공식이 전날(23일) 평양에서 거행됐다고 보도한 모습. /사진=뉴스1(평양 노동신문)


지난 21일 KEI(한미경제연구소)에서는 북미 관계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KEI는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해 경제적, 군사적 이득을 얻었다"며 "또 가상자산 탈취, IT 인력 송금 등으로 독자적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중동 정세 경색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위해 한반도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때보다 우월한 입장에서 협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2024년 10월 이후 러시아에 전투병 1만5000명과 공병·건설병 6000명 이상을 파견했다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한국 군 당국은 "북한 파병 준비는 지속 실시되고 있으나 현재 추가 파병 임박 징후는 식별되지 않았다"며 "관련국과의 정보 공조 하에 북한 추가 파병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1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제4조)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 북한인 소비 행태에 변화가 감지됐다고 보도했다. FT는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에서 마주한 풍경은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연결되는 길가에는 밝은 색상 고층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새로운 구역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수많은 상점에서 북한 엘리트층은 과시적 소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방문객들은 평양 대성 백화점에 오메가 시계와 샤넬 화장품 같은 명품들이 진열돼 있다고 했다"며 "이는 제재를 회피하는 수입업자들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반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 부흥 기반을 쌓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이런 성장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에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023년 8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군사 물자를 수출하는 대가로 77억달러(약 10조6360억원)에서 144억달러(약 19조8878억원) 상당 자금과 물품을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ISW(미국 전쟁연구소)는 지난 2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훈련 축소는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책을 바꿀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잠재적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언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