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해 7월 1차, 8월 2차에 현 정부 들어 이뤄진 3번째 상법 개정이었다. / 사진 = 뉴스1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1차 개정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다.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도 주가의 절대 수준이 상승하는 등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법을 고치려면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재계가 요구한 '배임죄 폐지' 등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기업의 주요 투자재원 확보 경로인 유상증자가 심하게 위축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1차 개정 상법은 이사회가 충실의무를 져야 할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했다. '사외이사' 명칭도 올해 7월부터 '독립이사'로 바꾸고, 독립이사가 이사 총수의 3분의 1을 넘도록 했다. 작년 8월 2차 개정은 선출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투표권을 주고, 특정 이사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에 의무화했다.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쉽게 한 것인데, 다음 달 10일 시행된다.



올해 2월 국회에서 통과된 3차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1년 넘게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인적분할 과정 등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기업이 계열사 지배력을 키우는 이른바 '자사주 매직'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닥쳤을 때 기업들은 자사주를 방어 수단으로 쓰기 어렵게 됐다.

이재명 정부 '코스피 5,000' 대선공약에 발맞춘 증시 '밸류 업' 측면에서 3차에 걸친 상법개정은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 '충실의무 위반'으로 소송당할 가능성이 커진 이사들의 결정이 신중해지고,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적던 배당, 자사주 소각은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40조 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삼성전자의 110조 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에도 상법개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올해 7월 극심한 변동을 겪긴 했지만, 작년 7월 1일 3,090.61이던 코스피 종가는 이달 8월 1일 6,912.95로 2.2배로 급등했다.

반면 부작용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많은 상장사에서 기업 미래를 좌우할 대규모 설비투자, 인수합병(M&A) 등 안건을 놓고 이사회가 판단을 계속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사진들 사이에선 "결정하면 배임, 결정 안 하면 직무유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도 위축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유상증자 철회공고가 22건으로 작년 동기대비 2배다. 단기적으로 주식 수를 늘리는 유상증자가 주가를 떨어뜨릴 경우 반발한 주주들이 이사진에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의무가 시행된 후 열릴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은 경영권 공격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상법 개정에 반발하는 경제계를 달래려고 정부 여당이 약속한 배임죄 폐지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배임죄는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으로 중복해 처벌하는 데다, 처벌 수위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무거워 폐지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소송이 두려워 투자결정도 못하는 기업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밸류 업'되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업인들이 합리적이고 소신 있는 경영 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 요인이 되는 제도적 걸림돌을 정부 여당이 서둘러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