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년 800조원 이상의 '슈퍼예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렸다. 거시경제의 두 축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상반된 방향으로 집행되면서 두 정책 모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시장에도 혼선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제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걷힌 세수를 앞세워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다.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 대비 '10% 이상'으로 잡으며 800조원대 규모로 예고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9% 증가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700조원대 예산을 편성했는데 1년 만에 다시 앞자리 숫자가 바뀌게 됐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정책효과를 서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재정지출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한은이 돈줄을 죄는 효과를 떨어뜨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은은 애초 계획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하고, 정부가 의도한 경기 부양 효과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신 총재는 정부의 확장재정과 통화 긴축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재정 지출의 규모, 용도, 지출 속도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재정 지출이 미래 성장을 더 끌어올리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엇박자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확장재정 기조를 분명히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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