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만난 김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었다. 한국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포장지에는 '스낵'(Snack)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는 김을 보면 자연스럽게 밥 한 숟갈을 떠올리는데 미국에서 만난 김은 과자에 가까웠다.
김은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11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이 외국에서 간식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지만 밥 없이 스낵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였다.
그동안 외국인이 한식을 한국식으로 즐기는 장면은 K푸드가 현지에 자리 잡았다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외국인이 삼겹살을 쌈에 싸 먹으면 '먹을 줄 안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빔밥을 젓가락으로 조금씩 먹으면 '비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한국의 방식에 가까울수록 K푸드를 제대로 즐긴다고 여겨온 것이다.
음식은 본고장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정석과 멀어지곤 한다. 새로운 문화와 만나면서 그 나라의 입맛과 생활방식이 더해지고 원래는 없던 먹는 법이 생겨난다. 낯설었던 음식은 시간이 지나며 현지의 방식으로 다시 받아들여진다.
따지고 보면 한국 역시 다른 나라의 음식을 원형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서양의 커틀릿은 일본에서 돈카츠가 됐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다시 경양식 돈가스로 변했다. 소스도 곁들이는 반찬도 원형과 달라졌지만 이를 잘못된 방식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낯선 음식에는 설명서가 필요하다. 어떻게 만드는지 무엇과 곁들여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먹는지 궁금해한다. 익숙하지 않을 때는 정답을 찾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설명서는 필요 없어진다. 조리법을 바꾸고 다른 재료와 섞어 각자의 입맛대로 먹는다. 처음에는 원형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먹는 사람의 몫이다.
먹는 모습이 달라지더라도 음식의 정체성은 남는다. 경양식 돈가스가 서양에서 건너온 음식이라는 사실이 사라지지 않듯 여러 변주를 거쳐도 원래 음식과의 연결은 이어진다. 원형을 벗어난 변주는 그 음식이 낯설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음식이 일상에 들어왔다는 의미에 가깝다.
K푸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수록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먹는 경우가 늘어난다. 한식이 전혀 다른 재료와 만나거나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조리법으로 변형될 수도 있다. 지금은 낯설게 보이는 조합은 시간이 지나면 현지의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이 될 수 있다.
한국 음식이라는 뿌리가 흐려지는 것과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만큼 K푸드를 먹는 방식은 다양해지고 이를 즐기는 사람은 늘어난다. 별다른 설명 없이 저마다의 식탁에 맞춰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때 K푸드는 특별한 외국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음식이 된다.
K푸드의 확산은 외국인들이 한국식으로 먹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때 더 넓은 시장으로 이어진다. 스낵이 된 김은 K푸드가 도달한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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