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직해체 시스템 양팔로봇 / 사진제공=케이엔알시스템


케이엔알시스템(이하 KNR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중수로 원전 해체용 로봇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초고준위 방사선 환경에서 원자로를 원격으로 절단·인출하는 기술을 국산화해 조만간 현장 실증에 들어간다.

31일 KNR시스템은 올해 1월 정부로부터 약 28억원 규모의 중수로 해체 실증사업 본계약을 체결한 지 7개월 만에 이번 로봇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다음달 최종 납품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원복연) 경주 분원인 중수로해체기술원에 설치돼 본격적인 중수로 해체 실증작업에 투입된다.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방사능 오염도가 높아 해체 난도가 훨씬 높다. 상용급 가압중수로(PHWR)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해체 성공 사례가 없다. 다수의 중수로를 운영해온 캐나다도 최종 철거 착수 시점을 한참 뒤로 잡아둔 상태다. 해외에서도 시료 채취용 원격 툴링이나 단순 전동 구동방식 검토에 머물러 있어, 핵심 구조물인 칼란드리아(밀폐형 원자로 용기) 해체를 목표로 한 로봇시스템을 실증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은 KNR시스템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봇시스템은 칼란드리아와 내부 부속물을 사람 접근 없이 원격 해체하는 통합플랫폼으로, 미세 구조물을 정밀 절단·인출하는 수평해체시스템, 대형 구조물을 해체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격리 이송하는 수직해체시스템, 해체물을 옮기는 중량물 인양시스템, 칼란드리아 보관고(Vault) 구조물 해체시스템 등 4개 체계로 구성돼 있다. KNR시스템은 "거대한 크기에도 사람과 흡사한 세밀한 원격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KNR시스템은 25년간 쌓아온 유압 정밀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이번 로봇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유압로봇은 전동모터 방식보다 부피 대비 강력한 힘을 내면서도 방사선에 의한 전자부품 오작동 확률이 낮다. 사람이 접근하면 수초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1000Sv(시버트)급 초고준위 방사선 환경에서는 일반 로봇이나 전자장비조차 수분 내 고장이 난다. 이 로봇은 방폭 인증을 확보해 극한환경에서도 오작동 없이 작동하고 수심 20m 이상 수중에서도 정밀제어가 가능하다. 스마트 유압제어와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등 제어기술에 방진·방수·내열·내진·내방사능 설계도 적용했다.



KNR시스템은 이번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2037년 해체 완료를 목표로 사업자 선정을 앞둔 고리1호기 등 국내 경수로 해체, 영구정지된 월성1호기와 순차적으로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월성2·3·4호기 해체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세계 최다인 17기의 중수로를 가동 중인 캐나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중국, 인도 등 해외 원전 해체시장의 로봇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의 해체계획을 최종 승인하면서 2037년까지 12년에 걸친 해체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월성2호기도 오는 11월1일 30년 설계수명이 끝나 해체 수순을 밟을 원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원전해체 로봇을 국내 기술로 약 7개월 만에 완성해낸 것은 우리의 로봇 설계 기술이 최고 난이도의 현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실물로 증명한 것"이라며 "이번 실증 성과물을 발판으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비롯한 국내외 원전 해체 로봇화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