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언론은 포털 중심의 유통 구조와 유튜브의 약진 속에서 속도와 조회 수 경쟁에 쏠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같은 사안을 다루는 기사가 서로 비슷해지고, 언론사 고유의 브랜드나 독자와 맺어온 직접적 관계는 약해졌다. 정치적 편향과 관심을 끌기 위한 기사 생산이 언론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위기를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빠르게 쓰고, 비슷하게 정리하고,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기사라면 AI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인터뷰 녹취를 정리하고 방대한 문서를 요약하며, 쟁점을 뽑아내고 기사 작성과 검토를 돕는 도구로 뉴스룸에 들어와 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정보를 읽기 쉽게 다듬는 일은 AI의 강점으로 꼽힌다.
AI 시대 언론의 경쟁은 누가 먼저 기사를 내보내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정보를 더 믿을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을 검증하고 맥락을 설명하며, 깊이 있는 분석과 책임 있는 판단을 꾸준히 축적하는 언론이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언론사의 규모만으로 신뢰를 얻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며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 독자와 AI 플랫폼 모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이상복 논설위원 겸 미디어랩 소장이 AI 저널리즘의 가능성과 한계,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대화는 AI 시대에도 언론의 핵심 경쟁력은 속도보다 신뢰, 자동화보다 판단, 정보량보다 저널리즘의 가치에 있다는 결론으로 모였다. 독자가 다시 찾고 AI도 신뢰할 만한 정보를 축적하는 언론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2015년 국내에서 야구 기사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며 로봇 저널리즘 논의를 이끈 연구자다. 당시 자동화 기사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한 문장 틀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생성형 AI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가치 판단과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보도에서 사람의 역할은 여전히 결정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한국 언론의 신뢰 위기, AI 시대에 더 선명해지다
AI가 뉴스 생산의 상당 부분을 맡을 수 있게 된 지금, 한국 언론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다. 독자와 시청자가 왜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는지, 그리고 AI가 쏟아내는 정보와는 무엇으로 구별될 것인지가 더 근본적인 과제다.
▶이상복=한국 저널리즘은 정치적 편향성뿐 아니라 기사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아왔습니다. AI가 언론사 기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깊이와 독자성이 부족한 기사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한국 언론이 AI와 구별되는 고품질 기사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 아닐까요.
▶이준환=중요한 지적입니다. 저는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를 신뢰 상실에서 찾습니다. 정치적 편향성 탓도 있고, 조회 수 같은 경제적 지표에 맞춰 언론사가 최적화되면서 생긴 문제도 큽니다. 때로는 언론이라기보다 단순한 정보 제공 회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AI 시대를 계기로 언론과 정보 제공은 무엇이 다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상복=포털과 유튜브 경쟁 속에서 한국 언론은 더 빨리 보도하고, 남의 기사를 베끼며, 더 자극적으로 쓰는 식의 경쟁을 반복해 왔습니다. 더 나은 경쟁이 아니라 더 나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큽니다.
▶이준환=저는 언론사의 경쟁력이 속보성에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최신 뉴스는 그 순간에는 가치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빛이 바랩니다. 반면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아카이브입니다. 깊이 있고 분석적이며 객관적인 기사가 쌓이면 언론사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상복=아카이브로 남을 뉴스라면 언제 읽어도 깊이와 분석, 객관성을 갖춘 기사여야 하겠군요.
▶이준환=그렇습니다. AI가 뉴스를 탐색하는 환경에서도 단순 속보성 기사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축적된 의미 있는 뉴스가 가치를 갖게 됩니다. 당장의 조회 수만 노린 기사를 쏟아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언론사에는 무엇을 축적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상복=교수님은 2015년 야구 기사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며 국내 로봇 저널리즘 논의를 본격화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생성형 AI는 기술 수준이 완전히 다른 단계라고 봐야겠지요.
▶이준환=차이가 매우 큽니다. 당시에는 문장을 생성하는 기술보다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기본적인 리포트를 자동으로 만드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야구나 증권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기사에 적합했습니다. 당시 생성형 AI도 시험했지만 초기의 언어모델(LLM)은 문장은 그럴듯해도 진짜 정보를 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언론 현장에서 쓰기에는 위험했습니다.
▶이상복=그렇다면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 AI가 작성한 기사는 현장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준환=스트레이트 기사(객관적 사실을 간결하게 전하는 뉴스의 형식)는 이미 AI가 충분히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해 독자가 쉽게 소비하도록 돕는 일도 AI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관점과 가치를 담아야 하는 기사는 다릅니다. AI에 긍정적으로 쓰라거나 부정적으로 쓰라고 지시할 수는 있어도, 어떤 가치와 문제의식을 기사에 담을지는 결국 사람의 영역입니다.

포털 이후 미디어 시장, 규모보다 신뢰의 경쟁
AI는 포털 중심의 뉴스 생태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언론학자들의 일반적 예측이다. 포털 메인 노출과 트래픽에 기대던 모델은 약해지는 대신, AI가 참조하고 인용하는 원천 정보의 신뢰도와 언론사 브랜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언론사의 덩치보다 신뢰와 차별성이 경쟁력을 가르는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복=포털 중심 생태계는 언론사 브랜드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룬 기사 대부분이 비슷해졌고, 차별성 있는 보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AI 생태계로 옮겨가면 포털 중심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준환=포털 같은 생태계는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AI는 포털 메인에 걸리거나 트래픽이 많이 몰린 기사만 따라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기사를 많이 쏟아내 트래픽을 모으는 방식의 모델은 쇠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AI가 콘텐츠를 활용해 정보를 제공할 때, 원 출처에 얼마나 충실하게 크레딧을 부여하고 연결할지, 원천 정보의 신뢰도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합니다. AI 플랫폼도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언론계 역시 지식 생태계를 함께 만든다는 관점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도와 품질이 높은 언론사가 AI의 답변에서도 더 큰 가중치를 받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이상복=반대로 AI가 여러 언론사의 정보를 섞어 답을 만들면 개별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는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원 출처를 표시하더라도 독자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준환=그래서 원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구조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포털에서는 잘나가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가 신뢰도와 무관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취급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사의 규모보다 신뢰와 품질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1인 미디어라도 신뢰도와 품질이 높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방향이고, 실현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이상복=포털 중심 생태계는 언론사 브랜드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같은 사안을 다룬 기사 대부분이 비슷해졌고, 차별성 있는 보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AI 생태계로 옮겨가면 포털 중심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준환=포털 같은 생태계는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AI는 포털 메인에 걸리거나 트래픽이 많이 몰린 기사만 따라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기사를 많이 쏟아내 트래픽을 모으는 방식의 모델은 쇠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AI가 콘텐츠를 활용해 정보를 제공할 때, 원 출처에 얼마나 충실하게 크레딧을 부여하고 연결할지, 원천 정보의 신뢰도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합니다. AI 플랫폼도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언론계 역시 지식 생태계를 함께 만든다는 관점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도와 품질이 높은 언론사가 AI의 답변에서도 더 큰 가중치를 받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이상복=반대로 AI가 여러 언론사의 정보를 섞어 답을 만들면 개별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는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원 출처를 표시하더라도 독자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준환=그래서 원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구조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포털에서는 잘나가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가 신뢰도와 무관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취급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사의 규모보다 신뢰와 품질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1인 미디어라도 신뢰도와 품질이 높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이상적인 방향이고, 실현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좋은 기사와 좋은 서비스, 독자에게 직접 닿는 언론
신뢰받는 언론은 좋은 기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포털 유통에 의존해 온 언론은 독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더 세밀하게 살피고,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을 서비스 역량도 함께 길러야 한다. AI는 이런 시도를 이전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상복=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포털에 종속되면서 언론사가 독자와 직접 만나는 서비스 실험도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이준환=좋은 콘텐츠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사를 만들면 독자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할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독자에게는 핵심 뉴스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서비스가 중요할 수 있고, 다른 독자에게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기능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서비스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이용자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신뢰할 수 있고 유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상복=AI가 경영진에게는 인력 감축 수단으로 먼저 보일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심층 보도에 투자하기보다 효율화부터 앞세울 가능성 말입니다.
▶이준환=비용 절감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유혹입니다. 로봇 저널리즘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경영진은 "기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AI를 운영하고 유지·관리하며 결과물을 검증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AI가 사람의 일을 단순히 대체한다기보다, AI 때문에 새롭게 생겨나는 업무도 많아질 것입니다.
▶이상복=현장에서는 그래픽·교열·편집 같은 영역의 대체 가능성에 관심이 먼저 쏠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여유를 인력 감축에만 쓴다면 언론의 품질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이준환=맞습니다. 생산성 향상으로 생긴 여유를 비용 절감에만 돌린다면 언론사의 역할과 가치는 평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여유를 심층 보도와 검증, 그리고 각 언론사만의 강점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상복=좋은 기사를 쓰면 독자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포털에 종속되면서 언론사가 독자와 직접 만나는 서비스 실험도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이준환=좋은 콘텐츠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사를 만들면 독자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 콘텐츠를 제대로 전달할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독자에게는 핵심 뉴스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서비스가 중요할 수 있고, 다른 독자에게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기능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서비스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이용자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독자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신뢰할 수 있고 유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상복=AI가 경영진에게는 인력 감축 수단으로 먼저 보일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심층 보도에 투자하기보다 효율화부터 앞세울 가능성 말입니다.
▶이준환=비용 절감은 기업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유혹입니다. 로봇 저널리즘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경영진은 "기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AI를 운영하고 유지·관리하며 결과물을 검증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AI가 사람의 일을 단순히 대체한다기보다, AI 때문에 새롭게 생겨나는 업무도 많아질 것입니다.
▶이상복=현장에서는 그래픽·교열·편집 같은 영역의 대체 가능성에 관심이 먼저 쏠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여유를 인력 감축에만 쓴다면 언론의 품질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이준환=맞습니다. 생산성 향상으로 생긴 여유를 비용 절감에만 돌린다면 언론사의 역할과 가치는 평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여유를 심층 보도와 검증, 그리고 각 언론사만의 강점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AI 도입보다 중요한 것, 뉴스룸의 재설계
언론사의 AI 준비 성패는 기술 자체의 격차보다 조직과 문화의 격차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기자 개인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취재·작성·검증·데스킹·출고로 이어지는 뉴스룸 전반의 업무 흐름은 AI 시대에 맞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복=언론사들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검색·요약 기능에 AI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보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준환=일선 기자들은 이미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기술 격차보다 조직과 문화의 격차입니다. 취재한 뒤 내부 자료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해 데스킹과 출고를 거치는 기존 과정은 AI 도입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녹취 정리, 수백 쪽 문서 요약, 쟁점 도출 같은 일은 AI가 맡을 수 있고, 사람은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검증하며 판단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존 업무 과정에 맞춰 짜인 조직 구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AI를 도입할지 말지, 윤리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지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합니다. 업무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AI가 사람을 도울지,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새로 설계할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상복=현장에서는 AI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 윤리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논의가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취재와 데스킹, 출고 과정을 어떻게 새로 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약합니다.
▶이준환=뉴스룸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관련 자료를 찾고, 다른 언론사 기사와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을 단순히 갖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다가 의문이 드는 대목을 즉시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비교하며, 추가로 살필 쟁점을 제안받는 식으로 업무 흐름 안에 AI를 배치해야 합니다. 기자 곁에 유능한 인턴이나 조수가 한 명 더 있는 것처럼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를 비롯한 뉴스룸 시스템도 바뀌어야 합니다. CMS가 단순히 원고를 작성하고 출고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AI 기능을 통합하는 업무 플랫폼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가 개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차원의 통합 시스템이 갖춰져야 뉴스룸 자체를 재설계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기능들이 이제는 상당 부분 가능해졌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기능을 취재·작성·데스킹·출고의 전 과정에 어떻게 녹여낼지, 또 단계마다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상복=결국 AI의 기능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라, 그것을 뉴스룸 안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군요.
▶이준환=그렇습니다. AI가 제안했다고 해서 책임까지 AI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합니다. AI 활용은 개인의 편의 도구를 넘어 뉴스룸 전체의 업무 흐름과 책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이상복=언론사들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검색·요약 기능에 AI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보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준환=일선 기자들은 이미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기술 격차보다 조직과 문화의 격차입니다. 취재한 뒤 내부 자료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해 데스킹과 출고를 거치는 기존 과정은 AI 도입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녹취 정리, 수백 쪽 문서 요약, 쟁점 도출 같은 일은 AI가 맡을 수 있고, 사람은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검증하며 판단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기존 업무 과정에 맞춰 짜인 조직 구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AI를 도입할지 말지, 윤리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지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합니다. 업무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AI가 사람을 도울지,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새로 설계할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상복=현장에서는 AI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 윤리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논의가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취재와 데스킹, 출고 과정을 어떻게 새로 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약합니다.
▶이준환=뉴스룸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관련 자료를 찾고, 다른 언론사 기사와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을 단순히 갖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다가 의문이 드는 대목을 즉시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비교하며, 추가로 살필 쟁점을 제안받는 식으로 업무 흐름 안에 AI를 배치해야 합니다. 기자 곁에 유능한 인턴이나 조수가 한 명 더 있는 것처럼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를 비롯한 뉴스룸 시스템도 바뀌어야 합니다. CMS가 단순히 원고를 작성하고 출고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AI 기능을 통합하는 업무 플랫폼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가 개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차원의 통합 시스템이 갖춰져야 뉴스룸 자체를 재설계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기능들이 이제는 상당 부분 가능해졌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기능을 취재·작성·데스킹·출고의 전 과정에 어떻게 녹여낼지, 또 단계마다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상복=결국 AI의 기능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라, 그것을 뉴스룸 안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군요.
▶이준환=그렇습니다. AI가 제안했다고 해서 책임까지 AI에 넘길 수는 없습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합니다. AI 활용은 개인의 편의 도구를 넘어 뉴스룸 전체의 업무 흐름과 책임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AI 시대에도 바뀌지 않는 것, 판단과 책임의 저널리즘
AI는 정보의 유통 방식뿐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교수는 이를 '인지 과정의 외주화'라고 표현했다. AI가 기사 생산의 더 많은 부분을 맡을수록, 사람 기자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현장을 취재하고, 질문하고, 해석하며, 판단과 책임을 지는 일이다.
▶이상복=인터넷은 정보의 유통 경로를 바꿨고, 스마트폰은 뉴스 소비 방식을 바꿨습니다. SNS는 누가 뉴스를 전파하는지를 바꿨고요. AI는 이 모든 변화보다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환=이전 기술들이 정보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면, 생성형 AI는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점점 더 많은 과정을 AI에 위임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AI를 도구로 삼아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AI에 맡긴다면 인간의 주체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복=언론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클 수 있겠습니다. 취재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과정까지 AI에 맡기게 되면, 결국 언론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준환=그렇습니다. 언론은 판단과 책임의 영역입니다. AI가 많은 일을 도울 수는 있지만, 사람 중심의 가치를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하고 국가의 AI 경쟁력이 높아지더라도, 중심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합니다. AI는 전기처럼 인간을 돕는 기반 기술이 돼야 합니다.
문제는 포털 시대에 언론이 조회 수를 높이는 데 맞춰 최적화되면서, 사람 중심의 언론이 아니라 클릭률에 맞춘 기사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왜 사람이 이 기사를 썼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기사도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가치가 훼손됐습니다. AI 시대에는 바로 그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상복=사람 기자가 AI와 구별되는 경쟁력은 현장 취재, 심층 해석과 탐사, 그리고 뉴스의 책임성에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보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 어디까지 파고들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준환=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I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자료를 찾고, 다른 언론사 기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뻔한 기사를 AI에 맡긴다면 언론사는 평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기자의 핵심 역량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얼마나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언론사의 가치를 바꿀 것입니다.
▶이상복=중립성·객관성·다양성 같은 전통적 저널리즘 가치는 AI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생성형 AI가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들지, 양극화를 심화시킬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준환=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해 쉽게 소비하도록 돕는 일은 AI가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립성·객관성·다양성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를 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그렇게 될 수 있고,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자체에 정해진 방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상복=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팩트체크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AI가 근거를 찾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정치적 발언의 맥락이나 숨은 의도까지 판단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준환=미디어 리터러시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동안에는 인터넷 정보기술을 이해하는 능력,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등 서로 다른 개념이 함께 논의되면서 공통된 방향을 만들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기술이 오류를 내거나 편향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 기술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런 교육은 어릴 때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팩트체크 역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고, 그 근거가 실제로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판별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가짜 정보의 이면에 있는 의도와 맥락을 읽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정보의 진위를 넘어선 판단과 책임은 결국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이상복=인터넷은 정보의 유통 경로를 바꿨고, 스마트폰은 뉴스 소비 방식을 바꿨습니다. SNS는 누가 뉴스를 전파하는지를 바꿨고요. AI는 이 모든 변화보다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환=이전 기술들이 정보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면, 생성형 AI는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점점 더 많은 과정을 AI에 위임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AI를 도구로 삼아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AI에 맡긴다면 인간의 주체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복=언론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클 수 있겠습니다. 취재하고 판단하며 책임지는 과정까지 AI에 맡기게 되면, 결국 언론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준환=그렇습니다. 언론은 판단과 책임의 영역입니다. AI가 많은 일을 도울 수는 있지만, 사람 중심의 가치를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하고 국가의 AI 경쟁력이 높아지더라도, 중심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합니다. AI는 전기처럼 인간을 돕는 기반 기술이 돼야 합니다.
문제는 포털 시대에 언론이 조회 수를 높이는 데 맞춰 최적화되면서, 사람 중심의 언론이 아니라 클릭률에 맞춘 기사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왜 사람이 이 기사를 썼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기사도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가치가 훼손됐습니다. AI 시대에는 바로 그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상복=사람 기자가 AI와 구별되는 경쟁력은 현장 취재, 심층 해석과 탐사, 그리고 뉴스의 책임성에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보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 어디까지 파고들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준환=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I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자료를 찾고, 다른 언론사 기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뻔한 기사를 AI에 맡긴다면 언론사는 평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기자의 핵심 역량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얼마나 더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언론사의 가치를 바꿀 것입니다.
▶이상복=중립성·객관성·다양성 같은 전통적 저널리즘 가치는 AI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생성형 AI가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들지, 양극화를 심화시킬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준환=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해 쉽게 소비하도록 돕는 일은 AI가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립성·객관성·다양성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를 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그렇게 될 수 있고,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자체에 정해진 방향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상복=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팩트체크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AI가 근거를 찾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정치적 발언의 맥락이나 숨은 의도까지 판단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준환=미디어 리터러시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동안에는 인터넷 정보기술을 이해하는 능력,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등 서로 다른 개념이 함께 논의되면서 공통된 방향을 만들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기술이 오류를 내거나 편향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 기술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런 교육은 어릴 때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팩트체크 역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고, 그 근거가 실제로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판별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가짜 정보의 이면에 있는 의도와 맥락을 읽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정보의 진위를 넘어선 판단과 책임은 결국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AI가 공론장의 질을 높일지 낮출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기술이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제공할수록, 언론에는 그 정보를 어떤 맥락에 놓고 설명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사실 확인에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사회적 의미를 읽고 책임 있게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남는다.
결국 AI 시대의 언론은 더 많은 기사를 더 빨리 내보내는 능력만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독자가 다시 찾을 기사, AI가 참조할 만한 신뢰도 높은 정보, 사회가 함께 숙의할 수 있는 공론장의 재료를 얼마나 축적하느냐가 중요해진다. AI 시대에 살아남을 언론은 더 빨리 쓰는 언론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더 깊이 묻고 더 오래 남는 기사를 쓰는 언론일 것이다.
◊이준환 서울대 교수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연구자이자 국내 로봇 저널리즘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사이언스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네오위즈 인터넷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거쳐 2011년 서울대에 부임했으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과 대학혁신센터장을 지냈다. 2026년 3월부터 한국HCI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복 논설위원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과 JTBC 보도국장을 거쳐 지난 2월 [시대]에 합류했다. 한국언론학회 부회장과 숙명여대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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