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이혼소송 1심 선고가 다가오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도 등 뚜렷한 잘못이 확인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건과는 다르다. 이번엔 누구의 잘못이 있었는지보다, 부부관계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깨졌다고 볼 수 있는지가 재판의 핵심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9월 9일 이 사건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낸 지 약 4년 만이다. 앞서 최 회장·노 관장 부부의 이혼 소송을 지켜보며, 재벌이나 기업인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이번 소송은 최 회장 부부의 사건과 애초에 구도가 다르다. 최 회장 사건에서는 외도와 혼외자라는 잘못이 이미 드러나 있었다. 최 회장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고, 노 관장도 맞소송을 내면서 결국 양쪽 다 이혼을 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엔 아내인 이씨가 이혼을 원하고, 남편인 권 창업주는 결혼 생활을 지키겠다며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맞서는 구도다.
이씨 쪽 주장은 이렇다. 자녀 교육 때문에 오랫동안 외국에 머무는 동안 남편이 가정에 소홀했고, 그 사이 부부 사이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멀어졌다는 것이다. 권 창업주 쪽은 생각이 다르다. 결혼 생활을 끝낼 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이 없고, 지금이라도 관계를 회복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혼 사유를 판단할 때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를 핵심 요소로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판례 이후 하급심에서도 상대방의 혼인 유지 의사와 실제 회복 노력이 이혼 인정 여부를 가르는 잣대로 자리 잡았다.
재판부가 들여다볼 법 조항은 민법 840조 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다. 이 조항은 꼭 어느 한쪽의 잘못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부부 관계가 객관적으로 봐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깨졌고, 소송을 낸 쪽에 그 책임이 주로 있지 않다면 이혼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권 창업주의 잘못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이씨의 청구가 자동으로 기각되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사실상 끝났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누구 잘못인지와 상관없이 이혼 판결이 나올 수 있다.
권 창업주 쪽 잘못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그래도 중요한 변수다. 이씨가 말하는 '가정 소홀'이 부부 관계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들 만큼 심각했는지가 이번 재판의 관건이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자녀 교육을 이유로 따로 지내기 시작했다. 부부 싸움이나 한쪽의 가출 때문이 아니라 자녀 교육 때문에 떨어져 지낸 거라면, 그 기간만으로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별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뒤로 두 사람이 얼마나 연락하고 만났는지, 생활비는 함께 썼는지 등을 두루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권 창업주가 "결혼 생활을 지키고 싶다"고 밝힌 것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재판부는 단순히 이혼에 반대한다는 말뿐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려고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다시 함께 살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살펴본다. 그런 노력이 실제로 있었다면, 이씨가 주장하는 '관계 파탄'에 반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가사 재판은 비공개로 열리기 때문에 이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를 들었는지, 양쪽이 어떤 증거를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놓고 보면, 이번 재판의 핵심은 '누구 잘못이냐'가 아니다. 뚜렷한 잘못이 없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그게 쟁점이다.
법원이 혼인 파탄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요구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반대로 이혼이 인정되면, 스마일게이트 지분 가치와 이씨가 회사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져 재산분할 판단도 함께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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