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규모 민간투자를 앞세워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시각이다.
정부는 반도체·피지컬 AI와 함께 AIDC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AIDC는 SK·GS·네이버 등 민간기업이 참여해 기가와트(GW)급으로 구축되며, 해외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2027년도 예산안에도 국내 AIDC 산업생태계 조성 예산을 올해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전력·용수·산업단지 인프라에 2조1000억원을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AIDC를 단순 데이터 저장시설이 아닌 AI 학습과 추론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시설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는 161곳으로 계약전력은 2669메가와트(MW)다. 여기에 한국전력에 접수된 전기사용 신청은 178건·1만68MW, 운영 중인 물량의 약 4배에 이르는 수요가 대기 중이다.
확충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전력 공급 여건인데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서 공급 여력은 갈수록 빠듯해 지고 있다. 한국전력이 정보공개 청구로 밝힌 올해 2월 기준 자료를 보면 운영 중인 161곳 가운데 101곳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몰려 건수 기준 62.7%를 차지했다. 계약전력도 수도권이 2100MW로 78.7%에 달했다. 비수도권(강원·충청·호남·영남·제주)은 60곳·569MW로 건수 비중 37.3%, 전력 비중은 21.3%에 그쳤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력계통영향평가(전력망이 신규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지 사전에 심사하는 절차)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522건(71%)이 수도권에 몰렸다. 이 중 279건(53.4%)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1차 검토를 통과한 243건 가운데 본심사에 진입한 사업은 24건, 최종 공급가능 승인은 10건·1010MW에 그쳤다. 수도권 신청 건수의 1.9%다. 서울은 단 1건만 승인됐다.
비수도권에서는 정반대다. 1차 기술검토 신청 214건 가운데 187건이 공급 가능 판정을 받았고 본심사 통과율도 89.7%에 달했다. 이 평가는 법정 고시 없이 2년째 시범운영 상태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고시 제정안을 마련 중이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기준으로 심사받고 있는 셈이다.
입지 여건도 지역 불균형과 맞물려 있다. 신규 AIDC를 지으려면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전력 인입까지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단기 대안으로 꼽히는 기존 수도권 데이터센터 증설도 전력계통 포화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투자 배제 원칙에 가로막힌다. 전력 공급 승인을 받더라도 송전망과 변전소 등 전력 설비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 민원과 인허가 지연이 반복되고 있어 사업자가 부지와 서버를 확보한 뒤에도 가동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다.
용수 부담도 함께 커진다. 고성능 GPU를 대량으로 쓰는 AIDC는 발열량이 많아 냉각용수 확보가 입지를 좌우한다. 향후 10년간 계획된 국내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되면 하루 약 45만톤, 폭염기에는 평상시의 3배 수준인 148만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제에서는 외부 제공 비중이 높은 시설이 임대용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AI업계 관계자는 "부처별로 조율할 문제도 많고 AIDC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법이 좀 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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