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앞두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중소·중견 제약사를 위한 '준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약가 인하 폭을 완화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인데 업계에서는 실제 투자 확대를 유도할 만큼 충분한 유인책이 될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제1차 제약산업 혁신 민·관협의체를 열고 준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도형, 준혁신형을 도약형으로 구분해 중소·중견 제약사의 단계적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내 관련 근거를 마련해 신규 신청을 받을 방침이다.
제도 신설 배경에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14년 만에 추진되는 대규모 제네릭 약가 개편이 있다. 정부는 기등재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에 적용돼온 기준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5%까지 낮추기로 했다. 1차 재평가 대상 일반기업 제품은 내년 4월부터 51%, 49%, 47%, 45% 순으로 4년에 걸쳐 조정된다.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로서는 제품 가격 하락이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준혁신형 제도는 약가 인하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직전 3년 평균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R&D 투자 비중 5% 이상,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7% 이상이면서 연간 5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미국 cGMP 또는 EU GMP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는 R&D 비중 3% 이상 요건이 적용된다. 불법 리베이트나 임원 비윤리 행위 등 결격 사유도 없어야 한다.
핵심 혜택은 약가 우대다. 일반 기업의 신규 제네릭에는 45% 약가가 적용되지만 준혁신형 기업은 요건 충족 시 최대 4년간 50% 수준을 인정받는다. 기존 제품 역시 약가 조정 과정에서 47% 수준을 3년간 유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존 의약품 가격에 추가 보상을 제공하기보다 약가 인하 폭을 줄여주는 지원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혁신형 기업 가운데서는 하나제약, 삼천당제약, 안국약품 등이 공개된 R&D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세부 신청 절차와 평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들은 실질적 효과를 따져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약가 혜택과 추가 투자 부담 사이의 손익 계산이 신청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준혁신형 인증을 둘러싼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R&D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준혁신형 인증은 혁신형 기준 충족이 어려운 중소·중견 제약사의 약가 인하 충격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준에 근접한 중견 제약사는 R&D 투자를 늘릴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제약사에는 부담이 크다"며 "R&D 확대 대신 생산 원가 절감이나 유통 채널 확대로 대응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통해 중소·중견 제약사의 R&D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신청 기업 수와 실제 투자 확대 여부, 약가 인하에 따른 기업별 대응 전략이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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