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2조7000억원을 들여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나선 가운데, 펩타이드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생산시설과 기술, 고객 기반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소액주주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유상증자 배경과 폴리펩타이드 인수,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공개했다. 약 3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가운데 2조7062억원을 폴리펩타이드 인수에, 나머지 2948억원을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폴리펩타이드는 1996년 설립된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이다. 1000개 이상의 펩타이드 치료제 생산 경험을 갖췄으며 5개국에서 6개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하고 연내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체 공장 건설보다 M&A를 선택한 것은 시장 성장 속도와 관련이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펩타이드 의약품 생산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펩타이드까지 CDMO 사업 영역이 넓어진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펩타이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부터 자체적으로 공장을 짓고 생산 역량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 그 시간을 줄이고 바로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CDMO는 생산시설만 있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라 고객사와의 관계와 트랙레코드가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시장 진입 속도와 고객 기반 확대를 인수 효과로 꼽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처음부터 구축하려면 시설뿐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기존 고객사에는 항체와 펩타이드를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폴리펩타이드 고객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항체 사업으로 연결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시설 투자도 병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7~2029년 1조9000억원을 투입해 18만ℓ 규모 6공장을 증설하고 2029~2031년에는 7공장에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폴리펩타이드 인수는 생산능력,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을 확대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축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7월 인수 발표 당시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사업 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양사의 독보적인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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