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자회사 유한화학의 생산능력 확대와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원료의약품 사업을 키워 후속 신약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매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API) 사업이 신약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매출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공급계약을 잇달아 따내며 반기 말 수주잔고 규모가 6000억원에 육박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1일 글로벌 제약사와 1311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5월까지다. 계약 상대방은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대형 API 공급계약이다. 지난 5월 브릿지바이오파마와 560억원 규모의 심근병증 치료제 API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같은 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2102억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이번 계약까지 더하면 올해 신규 계약액은 3973억원이다.

API 사업은 확보한 물량이 향후 수년에 걸쳐 생산과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6월 말 API 공급계약 수주잔고는 3억3340만달러(9월1일 환율 기준 4580억원)다. 이달 확보한 9542만4000달러 규모 계약을 단순 합산하면 4억2882만4000달러(5890억원)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파마와 길리어드사이언스 계약은 2027년 생산 물량이며 공급기간은 각각 2028년 3월과 2027년 말까지다.

기존 수주는 생산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을 맡는 자회사 유한화학의 올 상반기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1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1746억원보다 8.5% 증가했다. 지난해 확보한 HIV·HCV 치료제 원료 계약이 올해 생산 물량으로 잡힌 영향이다.



유한양행은 생산능력을 키워 API 사업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유한화학 건물·설비 투자계획은 1026억원으로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제시한 232억원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안산·화성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99만5000ℓ이며 화성공장 HC동 증설이 끝나면 128만7000ℓ로 29% 확대된다. HC동은 2027년 하반기 완공해 2028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기 계약 물량의 생산 시기에 맞춰 공급 여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HC동은 2027년 하반기 완공해 2028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기 계약 물량이 본격 생산되는 시점에 맞춰 생산 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수년간 추진한 거래선 다변화로 양 공장의 생산량이 늘어난 점은 추가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API 사업에서 확보하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은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뒤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을 위해 연구개발 체계를 넓히고 있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222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10.5% 수준이다.

새 치료기술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질환과 기술 플랫폼, 개발 단계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연구개발 체계를 개편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연구환경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바이오벤처·학계와 협업해 후속 신약 후보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장기간 대규모 비용이 필요한 신약 개발 특성상 API 장기 공급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후속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재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출 성장과 함께 API 공급 계약이 늘어나는 흐름"이라며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업 성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