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로고와 ESS 이미지. /그래픽=챗GPT


제3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장기계약을 통해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줄어든 물량을 메우고 ESS 사업 확대에 필요한 레퍼런스를 쌓겠다는 구상이다. 비가격 평가 비중이 커진 가운데 각 사는 국내 생산·공급망 확충과 화재 안전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이번 달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2028년 공급 물량이 대상이며 물량을 1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1차 입찰(563MW)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 LG에너지솔루션이 24%를 확보했고 SK온은 수주하지 못했다. 올해 2월 결과가 발표된 2차 입찰(565MW)에서는 SK온이 50.3%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물량을 따냈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35.7%, 14%를 확보했다. 1·2차 누적 점유율은 삼성SDI 56%, SK온 25%, LG에너지솔루션 19%로, 이번 입찰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반격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계통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선정된 발전사업자는 전력거래소와 15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배터리 기업은 해당 사업에 필요한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배터리 기업은 대규모 물량으로 캐즘에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수주 실적은 향후 해외 전력망 사업에서 제품 성능과 납품 역량을 보여주는 근거로도 쓰인다. 정부는 2029년까지 2.2GW가 넘는 ESS를 확충할 계획으로, 1·2차를 통해 발주된 물량은 1.13GW다.

3차도 2차와 마찬가지로 가격·비가격 평가 비중이 50대50으로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평가는 입찰단가, 비가격평가는 화재·설비 안전성과 국내 산업 기여도, 계통 연계 및 사업 준비도 등을 심사한다. 2차 입찰에서 비가격 평가 비중이 40%에서 50%로 높아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소재 조달 계획, 화재 안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SK온의 전략이 대규모 물량 확보로 이어졌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난징·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쌓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경험을 내년 가동 예정인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의 ESS용 LFP 라인에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연산 1GWh 규모로 ESS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입찰 물량에 따라 5GWh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공동 기술 개발 및 공급망 협력도 확대한다. 화재 안전 기술도 강화했다. 배터리 셀 전압·온도를 실시간 감시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냉각수를 순환시켜 과열을 억제하는 액체 냉각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안전 기술을 앞세운다. 삼성SDI는 현재 울산공장에서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소재·부품 대부분을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NCA 배터리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화재 안전성은 비교적 떨어진다. 삼성SDI는 외부 충격에 강한 알루미늄 캔 형태의 각형 구조를 채택하고 열이 번지는 것을 막는 열전파 차단 기술을 적용해 단점을 보완했다. 화재 발생 시 해당 셀이 포함된 모듈에 소화약제를 분사하는 모듈내장형 직분사 시스템도 탑재해 제품 안전성을 높였다. 울산 마더라인에서는 ESS용 LFP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3차 입찰에 LFP를 적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SK온은 생산능력과 국내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충남 서산 2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 가운데 2개를 ESS용으로 전환해 연산 3GWh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주 추이에 따라 생산능력을 최대 6GWh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양극재·전해액·분리막 등 핵심 소재도 국내 기업에서 조달해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반 BMS를 적용해 화재 조기 감지 시스템도 강화했다. 기존 BMS가 전압·온도 등의 변화로 이상을 감지한다면 EIS 기반 BMS는 주파수가 다른 미세 전류를 셀 내부로 보내 미세한 이상 징후를 조기 포착한다. 이상 징후를 최소 30분 전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비가격 평가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선 두 차례 입찰에서 최대 물량을 확보한 업체가 달랐고 각 사가 약점을 보완해온 만큼 3차 입찰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