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27일 울산 사업장 안에서 올해 임단협 난항에 따른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개표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첫 제시안 이후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의 1차 제시안을 반려한 뒤 책임 있는 2차 제시안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부분파업 일정도 이어지면서 추석 전 타결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시작한 순환 부분파업의 연장선에서 오는 8일 1~5지단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다. 10일에는 해양·엔진·지원설계지단과 미포위원회, 15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으로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노사는 주요 안건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1일 18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교섭 시작 약 3개월 만에 첫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현장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를 반려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안에는 기본급 10만5000원 정액 인상이 담겼다. 이 가운데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이 포함됐다. 기본급 외 항목으로는 격려금 1000만원과 200%, 성과금 지급이 제시됐다. 노조에 따르면 2026년 성과금과 관련해서는 퇴직연금제도 변경에 대한 노사 합의와 변경 절차가 완료된 뒤 DC형을 선택한 직원에 한해 퇴직연금 규약에서 정한 비율만큼 DC계좌에 납입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단체협약과 각종 제도 개선안도 교섭 테이블에 함께 올랐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합병으로 통합된 HD현대중공업과 옛 HD현대미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HD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일부 조항을 통합하는 방안을 내놨다. 장기근속자 생계보조금, 업무상 재해 휴직, 정년퇴직 위로휴가, 연차유급휴가, 경조휴가, 의료혜택 등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일부 조항이 기존 권리를 후퇴시키는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조합원 범위와 월차·연차유급휴가 등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됐다는 게 노조 측 판단이다. 노조는 제시안을 반려한 뒤 "책임 있는 2차 제시 없이는 재개도 없다"며 사측에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과 성과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눈높이 차도 크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공유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 방식부터 차이가 뚜렷하다. 노조는 호봉승급분과 별도로 14만9600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이 제시한 10만5000원에는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이 포함됐다. 성과배분에서도 노조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떼어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지급 기준에 따른 성과금 지급을 제시해 산정 방식 자체가 엇갈린다.

조선업 호황과 실적 개선도 올해 교섭의 변수다. 노조는 회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이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 고용 안정과 생존이 주요 화두였다면 올해는 개선된 실적을 조합원과 어떻게 나눌지가 교섭 테이블에 올라 있다.

추석 전 타결 여부는 사측의 2차 제시안 수위에 좌우될 전망이다. 노조가 첫 제시안을 반려하고 추가 제시안이 나오기 전까지 교섭 재개에 선을 그은 만큼, 15일 전 조합원 부분파업 전후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추가 쟁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노사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