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변호사라 먹고살 길이 있잖아. 이번 승진 기회는 A에게 양보하자."
경찰 출신 B 변호사가 2년 전 경찰을 떠나기 전 상급자와 나눈 대화다. B 변호사는 "전문성을 높이려고 변호사가 된 게 오히려 승진에 독이 됐다"며 "승진의 희망이 있었다면 경찰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B 변호사는 경찰대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왔다.
10·2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을 통해 수사권이 집중되는 경찰은 수사 인력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선 수사인력 확충보다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사인력 이탈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변호사 특별채용자와 전문 수사관인 '수사경과' 인원의 장기근무를 위한 별도 승진 체계를 만드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뽑아놓으면 떠나는 변호사 경찰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경찰청의 내년도 직제 증원 규모는 215명으로, 이중 87.9%인 189명이 수사부서로 배치된다. 기동대에 배치된 인력 중 881명도 수사부서로 돌릴 계획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경찰 수사인력은 2021년 3만3423명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만8250명으로 14.4%(4827명) 증가했다.
수사부서에 투입되는 '수사경과' 선발 인원도 올해 상반기 기준 250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 보강에도 적극적이다. 경찰은 과거 사법시험 시절 경정(일선경찰서 과장급)으로, 로스쿨 도입 이후 경감(일선서 팀장급)으로 변호사를 경력채용하고 있다. 올해는 연간 30명이던 채용 규모를 40명으로 늘렸다.
문제는 경력채용한 변호사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변호사 77명이 경찰을 퇴직했다. 매년 변호사를 30명씩 뽑는데 3명 중 1명꼴(연 평균 12.8명)로 경찰을 떠난 셈이다. 퇴직자의 평균 재직기간은 4년4개월로, 4개월 만에 퇴직한 사례도 있다.
경찰대 22기인 전형환 메가엑스 변호사는 "경찰은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특별대우를 해주는 곳이 아니다"라며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보직 이동에 우선권을 주는 것도, 급여가 높은 것도 아니니 굳이 조직에 남기보다 경찰 경력을 쌓아 개업하거나 대형 로펌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찰 출신으로 내란특검 특검보를 지낸 장우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변호사 특채자가 입직하는 경감부터 경정, 총경까지는 경찰 내에서 가장 '승진 병목'이 심한 구간이어서 변호사 특채자들이 오래 남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계급 정년'은 경험 많은 수사 인력 유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계급 정년이 없는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과 달리 경정은 14년 내 진급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한다. 2024년 말 기준 경찰 13만여명 중 총경 정원은 687명으로 전체의 5.2%에 불과하다.

10월2일 수사인력 '2차 엑소더스' 우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경찰로 대폭 이전될 당시 경찰 수사인력의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임 의원이 확보한 경찰 수사경과 반납·해제자 현황을 보면, 연간 500~600명 수준이던 수사경과 자진반납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첫해인 2021년과 이듬해인 2022년 각각 3096명, 2014명으로 폭증했다. 업무 과부하로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오는 10월2일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이 대거 경찰로 내려오면 또 한번의 수사인력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 경찰로 수사권이 집중된 상황에서 업무 과부하로 수사부서를 기피하고, 이로 인해 수사부서의 업무 과부하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찰대 26기인 이슬기 법무법인 베테랑 변호사는 "수사와 법률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대우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공무원이니 금전적인 보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성과에 대해선 승진이나 연수 기회를 주는 식으로 명확한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수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27년부터 변호사 자격 보유자는 일반 경찰관과 분리해 심사 승진을 실시하고, 변호사 자격자의 경찰청·시도경찰청 전입을 수월하게 해 장기근무를 유도할 계획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6일 업무보고를 받은 뒤 "우수 인력이 수사부서를 떠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임호선 의원은 "경찰청의 대책이 숙련된 수사인력의 장기근무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인원 확충과 함께 수사관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인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계급정년 완화와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는 10월2일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이 대거 경찰로 내려오면 또 한번의 수사인력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 경찰로 수사권이 집중된 상황에서 업무 과부하로 수사부서를 기피하고, 이로 인해 수사부서의 업무 과부하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찰대 26기인 이슬기 법무법인 베테랑 변호사는 "수사와 법률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대우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공무원이니 금전적인 보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성과에 대해선 승진이나 연수 기회를 주는 식으로 명확한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도 수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27년부터 변호사 자격 보유자는 일반 경찰관과 분리해 심사 승진을 실시하고, 변호사 자격자의 경찰청·시도경찰청 전입을 수월하게 해 장기근무를 유도할 계획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6일 업무보고를 받은 뒤 "우수 인력이 수사부서를 떠나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임호선 의원은 "경찰청의 대책이 숙련된 수사인력의 장기근무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인원 확충과 함께 수사관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인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계급정년 완화와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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