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일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의 검찰 특례임용 지원자는 정원 대비 61%대에 그쳤다. 검찰 수사관들은 공소청과 중수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들었다.


검찰을 대신해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등 7대 범죄를 수사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2일로 딱 30일이다. 전날 행정안전부는 뜻밖의 발표를 했다. 중수청 근무를 지원한 검찰 소속 검사와 수사관 615명이 지원을 철회했다는 것. 당초 행안부는 중수청에 지원한 검찰 특례임용 신청자가 2376명으로 중수청 전체 정원(2874명) 대비 82.6%에 이른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대규모 지원 철회로 최종 지원율은 61.3%로 뚝 떨어졌다.

'어디가 승진에 유리할까' 눈치 보는 검찰 수사관들

중수청 지원자의 집단 철회 사태는 검찰 수사관들의 '눈치 보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수사관들은 수사 전공을 살려 중수청으로 옮길지, 아니면 공소 유지라는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를 주로 맡게 될 공소청에 남을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중수청은 직제안을 발표했지만, 공소청의 직제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많은 수사관들은 공소청 직제안을 본 뒤 최종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정원인데, 공소청 조직 축소설이 무성한 상황에서 인력 감축을 공식화하면 중수청으로 향하는 수사관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한 검찰 수사관은 [시대]에 "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 요인은 결국 승진"이라며 "중수청 직제안과 공소청 직제안을 비교해 승진이 수월한 곳으로 많은 수사관들이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또 "수사관 대다수가 중수청으로 옮기면 오히려 공소청에 남는 게 승진이나 보직 관리 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어 막판까지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행법상 공소청 공무원은 내년 4월까지 중수청 특례 임용 지원을 할 수 있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들어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모습. /사진=뉴스1


문제는 검찰 내 검사와 수사관들이 '눈치 작전'을 펴면서 중수청이 제대로 출범할지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중수청 개청준비단 측은 "(다음달 2일)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경찰이나 변호사 등 외부 인재를 대상으로 한 경력 경쟁 채용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력 경쟁 채용의 경우 서류심사와 면접 등 전형 기간만 최소 두 달 이상 걸린다. 또 경찰도 수사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력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에 함께 입주하는데, 리모델링 공사의 완료 시점은 오는 12월이다. 또 133억원 규모의 전산·통신·방호 등 핵심 장비들을 지난달에야 발주해 예산 기준 95%가량의 물품이 연말에야 납품될 예정이다. 연말까지 별다른 장비 없이, 공사장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7대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것이다.

중수청의 6개 지방청은 모두 자체 건물이 아닌 임대여서 유치장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중수청은 경찰청에 각 지방청 인근 경찰서의 유치장 대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유치장 공간만 대여해주고 유치장 관리는 중수청이 맡는 것으로 현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보안 유지가 어렵고, 피의자 관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산망도 독자 시스템을 만들지 못해 일단 경찰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일부 개편해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직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인력 5분의 1 줄지만, 청사는 다 쓰겠다는 공소청

중수청 출범과 동시에 검찰청 간판을 내리고 기소권만을 갖는 공소청 역시 준비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중수청에 지원한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1761명이 모두 중수청으로 빠져나간다면, 공소청 인원은 검찰청(8200여 명)보다 그만큼 줄어든 6400여 명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원의 5분의 1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이후 검찰청사의 여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 법무부는 "공소청 출범 후에도 소추기관의 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하려면 여러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검사실은 그대로 사용하고, 수사실은 면담실로 전환하겠다는 정도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서울북부지검과 대구서부지청, 마산지청, 논산지청 등 4곳에서 '공소청 운영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특별히 다른 프로세스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직접 보완수사를 지양한다'는 것뿐이다. 보완수사할 게 있으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라는 게 '공소청 시범 운영'의 전부인 셈이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검사들이 기존에 해오던 인지 사건들이 있는데, 갑자기 보완수사 요구만 하라고 하니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는 지휘부 공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은 심우정 전 총장 퇴임 이후 1년2개월째 공석이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던 구자현 대검 차장마저 사의를 표하면서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다. 법무부 장관 역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승원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려면 빨라도 이달 말에나 가능하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