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들이 인공지능(AI)의 수학 난제 풀이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I가 미해결 난제를 빠르게 풀어내는 것을 성능의 핵심 지표로 삼는 방식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계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테렌스 타오 미국 UCLA 교수 등 필즈상 수상자 25명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수학에서 AI의 심각한 불일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필즈상 수상자들이 AI의 수학 활용 방식을 놓고 집단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성명은 오픈AI가 지난 8일 AI 시스템을 이용해 7대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오픈AI는 약 1만개의 AI 에이전트를 투입해 88시간 동안 문제를 풀었고, 이 과정에서 270만개의 메시지와 약 1300억개의 출력 토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증명의 형식화와 검증에도 17시간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에 대해 수학자들은 "수학 문제를 AI의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로 삼아 해결하려는 AI 기업들의 경쟁은 수학이라는 학문과 수학 공동체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AI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수학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 사이에는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학은 도형, 수, 자연 현상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학문으로 수많은 세대에 걸쳐 수학은 우리가 수학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교한 아이디어와 방법, 추상적 개념, 그리고 다양한 도구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식 체계를 만들어왔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법은 수학자 공동체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되고 검토돼 수학계에 자리 잡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주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대리 수단"이라며 "AI 시대에 이를 잊는다면 그 도구가 오히려 본래의 목표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AI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참·거짓'이라는 결과만을 대량 생산하게 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라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가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들은 "AI 시스템은 방대한 양의 인간 지식을 기반으로 학습하면서 이제 인간이 오랜 훈련을 통해 얻어내던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원래 서로 일치했던 과정의 목표와 결과의 목표가 더 이상 일치하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가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더라도 애초 그 일이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학계와 AI 기업, 사회 전체가 관련 문제를 긴급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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