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 때 집중 단속으로 잠잠해졌던 건설현장 노동조합들의 악습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난립한 현장 노조들이 자기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태업을 벌이거나, 타워크레인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며 웃돈을 요구하는 폐단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건설현장 노조의 불법행위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최근 국내 공사 현장에서 노조가 소속 조합원의 채용을 요구하며 진입로를 막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드론을 띄워 잠시 안전모를 벗은 근로자나 분리수거가 안 된 폐기물을 촬영해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건설업체를 압박하는 일도 벌어진다.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소속업체가 주는 월급 외에 건설업체로부터 수 백 만 원씩 '월례비'를 받는 예전 관행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공사를 발주한 건설회사 최고 경영진 집을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방식까지 동원된다고 한다.
이른바 '건폭(建暴)'이 재발한 데에는 심각한 건설경기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재비, 인건비 급등으로 건설비용이 높아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 민간 건설현장이 크게 줄고, 공공부문의 사업 발주도 감소한 상태다. 숫자도, 규모도 축소된 현장에서 난립한 노조들이 소속 조합원의 일감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과격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친노동 기조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중이다. 지난 정부 때 경찰은 150여 명을 '건폭' 관련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단속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노조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려면 개별 노조원의 책임을 회사 측이 입증하도록 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여파로 노조와 맞서는 걸 포기한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건설현장 노조의 무리한 행태는 공사비 부담을 늘리고, 공기를 연장시킨다. 그로 인한 비용 증가는 결국 분양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중국·대만·일본·미국과 초읽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 건설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국가 경쟁력 훼손까지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이런 논란과 관련해 "저나 노동부 장관이나 노동자 출신이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노동자 편만 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발한 건설현장 노조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누구 편'을 따지기에 앞서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회적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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