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각) 9·11 테러 당시 주요 테러 대상이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조성된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사진 앞줄 오른쪽 두 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 사진 앞줄 오른쪽 세번째와 네번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내외.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25주년 추모 연설을 통해 당시 테러를 이란 전쟁과 연결시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생존해 있는 4명의 전임 미국 대통령들은 테러가 발생했던 뉴욕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9·11 테러 25주년 추모 연설을 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25년 전 그들의 이름으로 처음 맹세했던 신성한 서약을 새롭게 다짐한다"며 "우리는 결코,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싸우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펜타곤서 9·11 테러 25주년 추모 연설…"결코 잊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9·11과 같은 날, 우리는 한 나라가 진정으로 어떤 나라인지를 알게 된다"며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떤 나라인지를 배우고 있으며 강해져야 하고 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8분여에 걸쳐 연설했다. 이를 통해 9·11 테러의 비극과 미국인들이 치른 희생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란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출망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공화당 경선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와의 전쟁 개시에 대해 "최악의 결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란 전쟁이 9·11 이후 벌어진 테러들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용감한 장병들이 지난 25년간 미국의 안전을 지켜왔다"며 "테러와의 전쟁에 참전한 모든 미군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는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인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9·11 테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의 끔찍한 힘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며 "우리는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미국 정신의 더욱 강력한 힘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그 정신으로 25년, 100년, 250년 후 미래 세대가 이곳에 왔을 때 그들은 자유롭고 악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에 서게 될 것"이라며 "어떤 시대도 지울 수 없는 9·11 영웅들을 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뉴욕 행사에서 연설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뉴욕에서의 연설은 허용되지 않았다.

9·11 행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해 곧바로 아일랜드로 향했다. 아일랜드에서 그는 12일과 13일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에서 열리는 골프 대회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 지도부와도 만날 계획이다.

조지 W. 부시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 그라운드 제로로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 연설을 통해 당시 테러를 이란 전쟁과 연결시켰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반면 9·11 테러 당시 주요 테러 대상이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조성된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생존해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이 자리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이다.

뉴욕에서 열린 추모식은 오전 8시46분 시작됐다.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WTC 북쪽 타워에 충돌한 순간을 기리기 위함이다. WTC, 워싱턴 펜타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등에서 발생한 테러로 희생된 3000여명의 이름을 낭독하며 행사가 시작됐다.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이름을 모두 읽어 내려가면서 공격 발생 시점의 주요 지점마다 묵념의 시간을 갖는 형태로 진행됐다. 다른 항공기들이 잇달아 충돌하고 건물이 무너진 순간들을 기리며 총 5번의 묵념이 이어졌다.

올해는 기념식 말미에 새로운 일곱 번째 묵념 시간이 추가됐다. 테러 이후 한동안 흡입한 유독성 먼지로 지난 25년간 암과 기타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테러 추모비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WTC가 공격을 당해 당시 입주해 있던 캔터 피츠제럴드 투자회사 최고경영자(CEO)였다. 러트닉 장관은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외부에 있어 화를 면했지만 형인 게리 러트닉은 당시 테러로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함에 따라 이날 뉴욕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자리했다. 이밖에 뉴욕 최초 무슬림 출신 조란 맘다니 시장도 참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천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맘디나 시장의 불참을 촉구하는 청원에서 서명했지만 그는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