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 수시모집을 위한 원서접수 시스템이 갑자기 멈추면서 최대 1200명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11일 접수 마감을 10분 남기고 대행업체인 유웨이 어플라이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대학교육협회의는 마감을 1시간 늦췄지만 수험생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16일까지 구제 신청을 받아 당시 접속 상황, 원서 작성 여부 등의 기록을 토대로 피해 학생을 구제할 방침이다.
이번 사안은 일회성 구제 조치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입 전산 시스템은 수십만명의 진학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은행 전산망이나 증권거래 시스템처럼 마감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릴 수 있다. 이런 입시의 관문을 민간 업체에 맡기고 정부는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행업체와의 계약은 각 대학이 직접 한다지만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황당한 것은 대교협이 지난달 말 접속 폭주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점이다. 대교협은 원서접수 안내를 하면서 "마감 시점에 사용자 접속이 폭주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급하게 원서를 작성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험생에 대한 당부와 별개로 우려되는 접속 폭주를 감당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병행했어야 했다. 접수 피해와 혼란이 발생한 게 처음도 아니다. 2016년에도 유웨이 시스템에 사용자가 몰려 30분간 서비스가 일부 지연됐다.
현재 대입 원서접수는 유웨이와 진학 어플라이가 나눠 맡고 있다. 초기에는 다른 회사들도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접수 시스템의 처리 능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는 데 노력하라고 주문한 뒤 일 년여 만에 발생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유웨이와 진학 어플라이가 대학들과 원서접수 시스템을 계약하기 위해 10년간 100억원 가까운 학교 발전기금과 태블릿PC·복합기 등을 제공했다며, 이를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로 보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어 공정위는 업체들이 시스템 보안성, 동시 접속과 장애 처리 능력 등을 놓고 경쟁할 것을 강조했다. 일감을 따내기 위해 대학에 뿌릴 돈이 있다면 시스템 확충과 개선에 먼저 사용하는 게 마땅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4일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나와 "접수 시스템을 교육부나 대교협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공공 시스템을 구축하려다 민간 업체와의 법적 다툼에서 지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어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지 의문이다. 우선 민간 업체의 시스템 처리 능력과 긴급시 대처 방안 등이 충분한 지 철저한 조사와 상시 관리가 필요하다. 1200명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 이런 구제 조치가 필요 없도록 예방과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수십만 수험생 미래가 걸린 대입 원서접수에 교육 당국이 팔장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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